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를 향한 투자자들의 사랑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한 지난달 17일 이후 주식시장에서는 저PBR 종목들이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중이다.
그러나 정작 운용사들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데 열을 올릴 뿐,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일엔 인색해했다.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PBR이 낮은 은행과 보험, 증권 등 종목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는데도 PBR을 고지하는 운용사는 단 1곳뿐이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21년부터 ETF 홈페이지에서 배당수익률과 PBR 등 지표를 산출해 공개하고 있다.
결국 ETF의 PBR을 파악하려면 투자자가 직접 ETF에 담긴 개별 종목의 비중에 가중치를 부여해서 계산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주요 운용사들 대부분 ETF의 PBR을 고지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현재 PBR을 비롯해 투자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정부 정책은 저PBR주가 아닌 '주주환원'이 핵심이라는 점, 저PBR이라고 모든 종목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별도로 표기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상장사의 PBR과 ROE(자기자본이익률) 등 주요 투자 지표를 시가총액 및 업종별로 비교 공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는 26일 발표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ETF 시장의 성장에도 가속도가 붙은 만큼 개별 ETF마다 PBR뿐만 아니라 ROE, PER(주가수익비율) 등 투자 지표를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도 "일부 운용사가 마케팅 수단으로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PBR 등 투자 지표를 공시하면 펀드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운용사마다 현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ETF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운용사 간 순위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19일 국내 ETF의 순자산 총액은 130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6월 사상 처음 100조 원을 넘어서면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럴 때일수록 운용사들이 과열된 경쟁에 매몰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많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기를 바란다. 다음 주 공개되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펀드 투자자를 위한 가이드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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