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승인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같은 ETF 출시가 가능한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비트코인에 대한 법적 성격이 정해지지 않아 당분간은 상장이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일각에선 새로운 시장 형성에 대한 기대를 갖고 당국 기류 변화를 살피고 있다.
자본시장법이 규정하는 ETF, 즉 상장지수집합투자기구는 기초자산의 가격 또는 지수 변화에 연동해 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초자산은 금융투자상품과 국내외 통화, 일반상품(농산물·축산물·수산물·임산물·광산물·에너지 등), 신용위험 또는 그 밖의 합리적인 방법에 의해 가격·지표 등 단위 산출이나 평가가 가능한 위험이어야 한다.
ETF의 기초자산으로 주가지수나 채권지수, 금·원유 등 원자재와 파생상품 가격 등은 인정 되지만, 제도권 밖의 디지털 자산인 비트코인 현물은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 범주에서 아예 벗어나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기초자산 인정 여부에 대해 당국이나 정치권에서 진지한 논의나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번 SEC의 결정은 국내 ETF 시장에 당장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서 가상자산은 기초자산 범주로 아예 들어오지 않고 법적 성격도 정해지지 않아 취급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라며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은 상당히 요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같은 비트코인이라도 디지털자산 거래소마다 다른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어 '일물일가' 원칙에서 어긋나 국내 상장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다만 자산운용업계에서는 SEC의 승인을 반기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겼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법인 자회사인 글로벌엑스가 지난해 8월 미국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신청해 결과 통보를 대기 중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홍콩증권거래소에 비트코인 선물 액티브 ETF를 상장해 지난 1년간 수익률 122%를 달성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새로운 상품군이 생기는 것은 분명 다양한 선택지가 생기는 것이니 업계에 긍정적"이라면서도 "당국이 상품으로서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되고 나면 당장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가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국내 운용사들의 기초자산 편입 요구 역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이 전통 금융시장의 틀 안으로 들어온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며 "비트코인에 대한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뿐 아니라 적절한 규제를 통한 투자자 보호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