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이나 일시금 수령자 중에서 소득수준이 낮은 65세 이상 노인도 기초연금을 받게 되는 길이 열릴지 주목되고 있다.
정부 산하 위원회가 개선방안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현행 기초연금법에서 공무원·사립학교 교직원·군인·별정우체국 등 특수직역 연금이나 일시금 수령자는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빠져 있다.
소득이 적은 것을 넘어서 극심한 빈곤 상태에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배우자도 제외된다.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산하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위원회'(민간위원 6명, 정부위원 1명 참여)는 최근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권자를 기초연금 지급에서 배제하는 조항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생활이 어려운 노인에게 소득을 지원하는 기초연금 제도 취지를 고려해서다.
위원회는 기초연금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제도 개편을 논의해온 정부 위원회로, 이 위원회가 마련한 기초연금 개혁안인 만큼 사실상 기초연금과 관련해 정부 중장기 개혁 방향의 밑그림으로 받아들여진다.
위원회가 제시한 개선 방향은 한마디로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 여부와 상관없이, 소득인정액이 기초연금 선정기준액 이하이면 기초연금 수급자로 포괄하는 쪽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배제된 직역연금 수급권자 중에는 일부 빈곤층이 존재한다.
2022년 12월 기준으로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을 받더라도 수급액이 월 100만원을 밑도는 저연금 수급자는 공무원연금 1만422명, 사학연금 1천679명, 군인연금 1천337명, 우체국연금 75명 등 1만3천513명이다.
여기에 과거 공무원 등에서 은퇴하면서 매달 받는 연금 형태가 아닌 한꺼번에 일시금으로 수령한 사람이 상당히 많다.
이들은 소득·재산 수준이 기초연금 선정기준액보다 낮을 정도로 생활 형편이 어렵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 지급되는데, 정부는 기초연금 수급자가 이 비율에 맞도록 소득·재산 수준, 생활 실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선정기준액을 정한다.
소득인정액은 근로소득, 연금소득 등 소득과 일반재산, 금융재산, 부채 등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합산해 정한다.
2023년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은 노인 단독가구 월 소득인정액 202만원, 부부가구 323만2천원이다. 월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보다 낮으면, 즉 월 소득인정액이 단독가구 202만원, 부부가구는 323만2천원 이하일 때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올해 기초연금 수급액은 월 32만2천원이다.
이처럼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을 받더라도 지금 당장 먹고살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나왔다.
실제로 우리나라처럼 기초연금과 직역연금을 운영하는 해외국가(일본, 영국, 스위스, 캐나다, 호주 등)를 보더라도, 직역연금 수급자라고 해서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별도로 제외하지는 않는다.
기초소득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기초연금은 모든 국민을 포괄하고, 그 이외 보장제도로 보완적 역할을 하게 사회보장제도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의 전신인 기초노령연금(월 8만원)을 시행한 2008년에는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수령자도 이를 받았다.
하지만 2014년 7월 박근혜 정부가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월 20만원)으로 확대하면서 제외됐다.
국민연금보다 상대적으로 연금 수급액이 월등히 많은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자까지 기초연금을 받으면 국민-직역연금 간 격차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해서다.
게다가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자 대부분의 경제 상황이 양호하기에 추가로 기초연금까지 줄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2019년 기준 국민연금 수령액은 월평균 37만원에 불과하지만, 공무원 평균 연금액은 월 240만원에 달했다.
이렇게 많이 받는데 굳이 기초연금을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다만 예외적으로 2014년 7월 이전에 기초노령연금을 받아오던 공무원 등의 직역연금 수령자 5만3천명가량은 기득권을 인정해 50%의 기초연금을 주고 있다.
이 중에서 5만명은 연금 대신 일시금으로 받았고, 3천명은 연금으로 받지만 액수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에서는 전직 공무원 등에게 기초연금을 주는 법률 개정안이 여러 개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등 그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