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주식과 채권 같은 전통 투자자산에 비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해외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근무문화가 달라지고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가 시작되면서 당시 투자가 지뢰밭으로 변했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은 헐값이라도 자산을 매각하거나 리파이낸싱(Refinancing)을 통해 투자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줄이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복덩어리'에서 '불효자'로 변해버린 해외부동산 투자의 실상을 전하는 연속 보도, 오늘은 그 첫번째 순서로 갈수록 늪으로 빠져드는 해외부동산 투자의 실상을 전해드립니다.
김대연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투자한 영국 런던 번화가의 한 오피스빌딩.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매각에 난항을 겪으며 투자금 전액을 날릴 위기에 놓였습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2018년 베스타스자산운용을 통해 KB증권과 각각 900억 원씩 지분(에쿼티) 방식으로 투자했는데, 현재 자산 가치가 인수가(약 4,400억 원) 대비 절반 수준(2,400억 원)으로 떨어진 겁니다.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최근 일본 3대 메카뱅크인 미쓰비시UFJ가 이 건물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이 마저도 매각이 불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른 기관과도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실상 업계에서는 새마을금고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 손실이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합니다.
[기관투자가 관계자: 시장에 여러 가지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변수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하면 건질 게 거의 없다…]
한화자산운용도 런던 카나리 워프 오피스빌딩에 후순위 대출로 수백억 원을 투자했다가 채무불이행(Default) 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만, 한화자산운용 측은 "손실이 난 것은 맞지만, 지금 대주단에서 자산 가치를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독일 부동산 펀드도 80% 넘는 손실이 발생한 가운데, 최근 6년간 해외부동산 공모펀드에 묶인 개인 투자자의 자금이 무려 1조 원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내년에만 약 4천억 원 규모의 공모펀드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을 막기 위해 증권업계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해외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워낙 크고 가치가 많이 하락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증권사나 운용사가) 손실을 당장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과거 기대 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로 인기가 있는 대체자산에 과도한 포지션(비중)을 투자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고금리와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 부동산 시장 곳곳이 지뢰밭이 된 가운데, 과거 선진국 오피스 투자에 열을 올렸던 증권사와 운용사들이 잇따른 매각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대연입니다.
영상취재: 김재원, 영상편집: 김준호, CG: 홍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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