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에만 적용하는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더라도 전기 사용량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일 한국전력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에게 제출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효과와 동적 요금제 도입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 용역을 수행한 전남대 배정환 교수 연구팀은 "(2016년) 누진제 완화와 (2018년) 누진 구간 확대로 냉방용 수요는 어느 정도 충족된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누진제 완화에도 큰 수요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16년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2018년 누진 구간 확대를 전후로 한 국내 가구의 전기 사용량 변화를 분석한 결과, 누진제 완화가 경제적 이유로 냉방 수요를 억누르던 저소득 가구 위주로 전기 소비 증가에 주로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폭염으로 인한 '냉방비 폭탄' 우려가 커진 2016년 100킬로와트시(kWh) 구간별 6단계로 구분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200kWh 단위 구간별 3단계로 개편했다.
가장 낮은 구간 요금 대비 가장 비싼 구간 요금의 비율인 누진 배율이 기존 11.7배에서 3배로 대폭 낮아지는 등 가정용 전기 소비자들의 요금 부담을 전반적으로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후 정부는 2018년 추가로 냉방용 전력 사용이 많은 여름철에 한해 전기요금 누진 구간을 확대해 냉방비 부담을 낮췄다.
연구팀은 "누진제 개편과 누진 구간 확대, 2019년 하절기 (냉방비) 바우처 도입 등으로 저소득층 역시 어느 정도 냉방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됐다"며 "오히려 현재보다 (누진) 배율을 낮추거나 (누진제 단계를) 2단계 이하로 줄여도 일상용은 물론이고 냉방용 수요 역시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봐 총부채가 200조원이 넘어간 한국전력의 수익 구조 정상화를 위한 추가 전기요금 조정 필요성이 대두한 가운데 원가 회수 측면에서는 사용량에 비례하는 전력량 요금 대신 기본요금을 높이는 쪽이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연구팀은 전기요금 산정 방식과 관련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요금에 반응하는 수요는 냉방용에 한정돼 누진 배율이나 전력량요금을 높이는 전략은 수요 관리 측면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원가 회수 측면에서 기본요금을 높이고 전력량요금은 낮추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현재 여름을 제외한 때 월 450kWh의 전력을 쓴 가정이라면 기본요금 7천300원, 전력량요금 8만2천285원 등 총 10만9천10원의 요금을 낸다.
정일영 의원은 "한전 정상화를 위해 경영 쇄신은 물론 중장기적 전기요금 누진제의 합리적 개선과 저소득층 냉방 수요 충족을 위한 지원 확대가 동시에 검토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