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에 정체성 변화를 주문한 후 통일부가 대대적인 조직 축소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개편 폭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복수의 통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취임한 문승현 통일부 차관이 새 장관이 취임하기도 전에 통일부 본부와 소속기관 산하 단체의 조직 감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관료 출신의 문 차관에게 첫 임무로 조직을 수술하는 '악역'이 맡겨진 것이다.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정원을 대폭 줄이는 임무가 맡겨진 문 차관이 직원들에 대해 마음이 편치 않다는 말을 하더라"고 전했다.
이번 조직 개편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이상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효 안보실 1차장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모두 MB 대통령실의 수석 또는 비서관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원회 시절 통일부 폐지를 검토했다가 존치로 선회했으나 통일부 본부인원 290명 중 28%에 이르는 80명을 줄이는 초강수를 뒀다. 소속기관 정원까지 모두 합친 규모는 550명에서 15% 줄어든 47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2008년 조직개편이 본부에 한정됐으나 이번 구조조정은 본부뿐만 아니라 소속기관에도 강도 높게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조직 축소로 6개인 실장직이 1개 이상 없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2008년 조직개편 결과로 통일부는 '5본부 2단'이 '1실 3국 1단'으로 축소된 바 있다.
다른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과 장관 후보자가 MB 대통령실의 고위직 출신이니 아무래도 MB 초기 구조조정이 레퍼런스로 여겨진다"며 "오히려 지금이 MB 초기보다 더 심각하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업무가 격감한 통일부 본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소속기관인 남북회담본부, 남북출입사무소 등이 주요 감축 대상 부서로 거론된다.
지난 4월 교류협력실에서 축소된 교류협력국은 추가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통일부와 소속기관 정원은 총 610명으로 20%가량을 감축하면 480명대로 줄어들어 MB 정부 초기 통일부와 비슷한 규모가 된다.
이와 함께 통일부 산하기관인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과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도 구조조정 대상이다.
일부 언론은 통일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150명 감축안이 추진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통일부 소속기관인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의 경우 업무량은 급감했지만 탈북민 업무 강화 차원에서 조직개편의 영향을 덜 받으리란 관측도 제기된다.
통일부는 남북관계 단절에 따른 업무량 변화로 조직개편을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정 인원과 비율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통일부는 지난 21일 밤 "남북관계 경색 장기화 상황 등을 감안하여 조직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직 개편) 검토를 자체적으로 진행 중이며,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21일 인사청문회에서 "(150명 축소 보도의) 정확성은 확인되지 않는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