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SVB 파산 사태로 인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증시프리즘 김종학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어제까지만해도 안도하던 주식시장이 오늘 2% 넘게 급락했습니다.
하루 만에 시장 분위기가 바뀐 이유가 뭡니까?
<기자>
오늘 하루 상황을 먼저 보자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장이 열린 아시아권 시장 전반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크게 나타났습니다.
우리 시장은 코스피, 코스닥지수가 개장 직후부터 2% 가량 하락한 뒤 장 막판 낙폭을 키우며 각각 2.56% 3.91% 하락했습니다.
오늘 기관과 외국인이 현·선물 대규모 매도 쏟아내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습니다.
외국인은 선물 1조 7,910억원 매도하며 시장 변동성 크게 키웠고, 시장 규모가 작은 코스닥 현물은 3,326억원 가량 매도했는데, 작년 3월 14일(3,299억원) 이후 가장 많은 주식을 내다판 겁니다.
한국 주식시장만 이렇게 하락한 것은 아닙니다.
일본 니케이 지수 -2.19%, 홍콩항셍 -2.27%, 중국 상해종합 -0.72% 하락하는 등 시차를 두고 이번 사태로 인해 아시아권 증시가 동반 급락했습니다.
<앵커>
어제만해도 위기 확산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시장을 끌어올렸던 외국인이 하루 만에 매도로 돌아선 상황입니다.
외국인들이 왜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겁니까?
<기자>
오늘 시장 급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이 진단한 가장 큰 배경 몇가지를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크게 보면 SVB 사태 이후 미국 내 지역은행의 파산 우려가 이어지면서 외국인의 급격한 이탈을 불렀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입니다.
현재 SVB 파산을 부른 원인은 은행이 고금리 부담에 취약한 자산 구조를 형성한 점, 벤처캐피탈 등 기술 기업들의 업황 둔화와 동시에 늘어난 현금 수요로 단기간 손실이 누적됐기 때문이죠.
미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예금자보호 등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나머지 기업으로의 전이, 지역 은행 부실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오는 겁니다.
이미 어제 미국 증시에서 샌프란시스코의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위기설로 61.83% 급락하는 등 은행 파산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결국 이번 사태가 테크 기업과 스타트업의 추가 투자를 막고 인력 감축으로 인해 경기 하락을 앞당길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단서가 되는 지표가 어제 미국 단기 국채 금리입니다.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지난 9일 연 5%를 넘던 것이 사흘 만에 1% 포인트가량 급락해 장중 연 3.918%를 기록했습니다.
증권업계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연준이 금리인상 폭을 줄이는 것을 넘어 경기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해 금리동결 가능성까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렇게 투자 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 오늘 밤 공개되는 미국의 소비자물자지표, 내일 생산자물가지표 등의 불확실성까지 감안해 미리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주식시장의 하락폭 못지 않게 환율과 채권시장의 변동성도 심상치 않습니다.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우리 자금시장에 대해선 어떤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정부가 시장 개입을 시사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3원 오늘 1,311원선에서 여전히 큰 변동을 보였습니다.
외국인의 선물 대규모 매도로 인한 유출과 미국 달러화 약세가 가중되면서 외환시장도 불안정한 흐름이 나타난겁니다.
이런 가운데 어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하루 만에 0.2%포인트씩 빠졌던 국고채 금리는 오늘도 가파른 하락 이어갔습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오늘 오전 기준 3.311%로 하루 만에 0.124% 빠졌고, 10년물 금리 3.304%로 0.1% 가량 급락했습니다.
미국 지역은행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 국내 자금들도 안전자산으로 뚜렷하게 몰리는 겁니다.
사태가 단기간 해결되기 어렵다는 전망 속에 채권 시장에서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올해 저점인 연 3.1%, 그러니까 지금보다 0.2%포인트 정도 더 하락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시장 불확실성은 늘고 있지만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는 크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8일까지 개인이 사들인 채권은 6조 5,501억원 규모. 작년 같은 기간의 7배 수준에 달합니다.
시장 변동성 커지면서 주식시장을 떠나 단기자금과 채권시장으로 자금 유입 커질 전망입니다.
<앵커>
시장 환경이 녹록치 않습니다만 국내 증시 반등 모색할 변수들 어떤 것들이 남아 있습니까?
<기자>
미국의 소비자물가지표 발표 이후 연준의 통화정책이 결정적인 변수인 점은 틀림없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하자면 오늘 아시아 증시에서 중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덜 하락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이 지난 양회 이후 경기 부양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고, 이러한 영향으로 국내 수출지표가 4월 이후 회복을 타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관세청이 공개한 수출입지표에서 우리나라는 이달들어 10일까지 적자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증권업계는 수출 지표는 여전히 실망스럽지만 하반기 반도체와 석유화학 제품 등의 수출 실적이 살아날 가능성이 남아 있고, 각국의 긴축 완화와 맞물리면서 시장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흐름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증시프리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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