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의 전 세계 매장량 절반 이상이 묻혀 있는 남미 지역 국가들이 최근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배터리와 전기차 생산까지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페르난다 아빌라 아르헨티나 광물부 차관은 아르헨티나와 칠레, 볼리비아, 브라질이 이 지역에서 채굴된 리튬을 배터리 원료로 가공하고 배터리·전기차 제조를 시작하기 위해 협력에 나선다고 밝혔다.
남미 국가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자원 부국들이 단순히 원자재를 공급하는 것에서 벗어나서 자원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 고부가가치 활동으로 전환해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소득을 높이려는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남미 리튬 트라이앵글' 3개국(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은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60%를 보유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리튬으로 전기차나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데는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치적인 의지나 기술적 변화, 지정학적 긴장이 남미 국가들의 이 같은 시도를 도울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관측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에 대한 우려로 전통적인 무역 관계가 분열되면서 특히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주요국들이 각자 자국 내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에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한 부품을 50% 이상 사용하고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40%를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이런 흐름은 더 힘을 받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지 않은데도 IRA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도 남미산 리튬 확보에 나섰다. 중국 자동차업체 체리(치루이·奇瑞)는 남미로부터 리튬을 공급받는 것과 동시에 아르헨티나에 4억 달러(약 5천184억원)를 투자해 전기차·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또 아르헨티나의 리튬 생산지 중 한 곳인 후후이주는 중국 기업과 배터리 음극재를 생산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헤라르도 모랄레스 주지사가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