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위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실적 발표가 임박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가운데 가장 빨리 실적을 발표하는 만큼 시장 참여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양현주 기자가 전망해 봤습니다.
<기자>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현지시간 21일, 우리 시간으로 22일 새벽 올해 9월부터 11월에 해당하는 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마이크론의 자체 전망에 따르면 매출은 작년 대비 반토막이 불가피해 메모리 불황의 직격탄을 확인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메모리 중심 마이크론의 부진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예고편`에 해당합니다.
마이크론과 가장 유사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SK하이닉스. 국내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의 4분기 매출은 53%가량 급감하고, 적자 전환을 예상합니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수익 모델을 가진 삼성전자 역시 4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23% 가까이 줄어들 전망입니다.
반면, 파운드리를 주력으로 하는 대만 TSMC의 경우 선방하며 메모리 기업들과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TSMC의 4분기 매출액이 26조~27조 원으로 전망되는데,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수치입니다. 고객사의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기 영향을 덜 받기 때문입니다. TSMC는 지난 3분기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4분기에도 TSMC 실적은 선방할 전망인 탓에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한국경제TV 양현주입니다.
<앵커> 그나마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보이는 파운드리 산업은 한층 더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일본이 자국내 최고 기업들을 꾸려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정재홍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일본 최대 기업들이 뭉쳤다고요.
<기자> 한국과 대만에 밀린 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일본 기업 스스로가 양산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도요타, 소니, 키옥시아, 소프트뱅크 등 일본 대표 기업 8개가 뭉쳐 `라피더스`라는 이름의 반도체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약 700억 엔, 우리돈 6,650억 원 정도를 지원했고요. 2027년까지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라피더스는 라틴어로 `빠르다`라는 뜻인데요. 그만큼 빠르게 기술 격차를 따라잡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공정 기술력 속도로만 보면 현재 3나노에서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TSMC가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양산 로드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대만에 비해 공정 로드맵이 느리지만 최근 IBM과 기술 협력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나노미터 공정 경쟁을 예고했습니다.
<앵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파운드리 시장에선 TSMC가 압도적인 1위이고 그 다음이 삼성전자잖아요. 두 기업이 수십년 투자한 기술력과 생산체계를 따라잡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자> 올 한 해에만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설투자에 쏟아 부은 돈은 47조 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TSMC도 비슷한 규모인 45조 원 정도 투자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그런데 라피더스에 참여한 8개 회사가 출자한 금액은 우리돈 7백억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정부 지원금 6,650억 원을 더해도 1조 원도 되지 않는 금액입니다.
삼성전자와 TSMC 사례처럼 파운드리는 천문학적인 시설투자가 동반돼야 합니다. 지속 운영을 위한 공정 업그레이드도 필요하기 때문에 계속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사업입니다.
이런 이유로 사실 일본 내에서도 중국 보다 반도체 공정기술에서 밀릴 것이라는 비판도 많습니다.
<앵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이걸 모를리 없을 거 같은데, 무슨 의도라고 봐야 합니까.
<기자> 표를 한 번 준비해 봤는데요. 1990년 전세계 반도체 기업 순위입니다. 일본은 이 당시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수년 전부처 여러 반도체 육성 전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라피더스 설립은 뒤처진 첨단 시스템 반도체 설계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됩니다.
우선 한국과 대만, 미국에 밀린 첨단 반도체 설계 역량부터 확보하고, 2030년 이후엔 파운드리까지 넘보겠다는 장기적인 로드맵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라피더스 설립에 참여한 기업들의 면면을 조금씩 살펴보면요. 반도체 역량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도시바 메모리였던 키옥시아는 낸드플래시에서 삼성전자 다음으로 2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요. 소니는 시스템 반도체 가운데 하나인 카메라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 기업입니다.
여기에 최근 TSMC가 구마모토현에 짓고 있는 공장 외에 두 번째 공장을 짓는 걸 검토한다는 소식입니다. TSMC는 첨단 공정을 자국내에서만 운영하는데, 건설 중인 애리조나에 이어 일본 2공장에선 10나노 이하 첨단 공정이 도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즉 양산체계는 TSMC에 맡기고 시스템 반도체 설계 역량부터 추격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일본이 첨단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로 자국내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는 동시에 이미 강점을 지닌 소재·부품·장비 기술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봅니다.
[박재근 /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아무래도 일본이 반도체 소재·장비를 잘하잖아요. 궁극적인 목표는 그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그 기술에 맞는 장비와 소재를 삼성전자나 TSMC에 판매할 수 있는 유리함을 가질 수 있는 겁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2나노 공정 이렇게 해봤더니 일본의 소재 장비 특색이 잘 나온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겁니다.]
<앵커> 미국이 기술력을 향상을 돕고, 생산은 대만 TSMC가 맡아주는 모습인데요.
<기자> 반도체 공급망 동맹 이른바 `칩4 동맹`으로 묶여 있지만 미국 인텔이 본격적인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하는 등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공교롭게도 최근 올해 3분기 파운드리 매출 집계 전망 자료가 나왔는데요. 주요 업체 가운데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전분기 보다 매출이 0.1% 감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2분기 16.4%에서 3분기 15.5%로 0.9%p 줄었습니다.
현실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해도 일본의 첨단 반도체 추격을 무시하기엔 우리가 안심할 상황은 아닙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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