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 30조원 적자가 예상되는 한국전력공사가 역대급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빼들었습니다.
다만 공공요금 특성상 한전이 원하는 만큼 한번에 요금을 많이 올리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산업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먼저 내년 전기요금 인상폭이 어떻게 되나요?
<기자>
아직 정해진 건 아니고요.
이번주, 그러니까 내일(20일)이나 모레(21일) 중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항목 중 하나인 연료비 조정단가가 공개되고, 다음주엔 또 다른 항목인 기준연료비가 공개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연료비 조정단가는 상하한폭이 kWh당 5원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고요. 중요한건 요금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기준연료비입니다.
한전은 이 기준연료비 인상분 45.3원을 포함해 총 51.6원을 올려야 한다고 산업부에 보고했습니다.
이는 올해 인상분(19.3원)의 3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갈수록 불어나는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이 정도는 올려야 한다는 게 한전의 입장입니다.
문제는 요금 결정권을 가진 산업부와 기재부는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들 간 협의가 길어지면서 요금 인상폭이 연말인 30일에나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앵커>
한전이 이렇게 요금을 많이 올리려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전기요금이 공공요금인 만큼 급등한 연료비를 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요금을 올리는 대신 빚을 내서 기업을 운영하느라 재무상황이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전은 올해 요금을 20%나 올렸는데도 연간 34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요금을 올해보다는 많이 올려야 적자를 해소할 수 있고, 그 인상폭이 kWh당 51.6원은 돼야 한다는 게 한전의 입장입니다.
사실 한전이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비용과 소비자에 판매하는 단가 차이를 감안하면 60원 이상 올려야하지만,
그나마 한전의 전력구매비용에 상한제가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51.6원으로 줄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줄어든 게 51.6원이라고요?
<기자>
물론 51.6원도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전기요금이 kWh당 51.6원 오르면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2만원 정도 부담이 늘어납니다.
<앵커>
그렇게 많이 올리면 소비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그래서 한전의 요금 인상안을 검토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산업부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창양 장관의 이야기로 들어보겠습니다.
[이창양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한꺼번에 올리면 국민과 기업에 충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전 적자를 해소하는 속도와 (국민과 기업에 대한) 충격 두 개를 동시에 고려해서 적당한 수준으로 인상 속도와 비율을 조정할 생각입니다.]
이 장관의 발언대로라면 51.6원을 최대 3년 안에 나눠서 올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또한 한전채 발행 한도를 기존 2배에서 6배로 늘리는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이런 분산 인상설에 힘을 보탭니다.
전문가들은 법을 바꾸면서까지 사채발행한도를 늘린다는 건 그만큼 공공요금 인상을 점진적으로 단행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합니다.
<앵커>
요금을 나눠서 올려도 어쨌든 오르긴 오른다는 건데.
당장 내년이 걱정입니다. 얼마나 오를까요?
<기자>
산업부는 전기요금을 나눠서 올리되, 초반에 많이 올리는 `전고후저` 형태로 인상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한전에 따르면 내년 51.6원을 상반기 내에 최대한 몰아서 올릴 경우 내년 영업이익은 1조9천억원 흑자가 예상됩니다.
반면 51.6원을 1년 간 분기별로 똑같이 나눠 인상하면 영업적자 1조3천억원을 기록할 전망이고요.
3년 간 분기별로 나눠 인상하면 적자가 14조3천억원으로 불어납니다.
요금을 늦게 인상할 수록 인상 효과는 줄고 지출해야 할 비용은 늘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공공요금 특성상 51.6원을 한번에 올리긴 어렵다, 하지만 내년 한 해 동안은 올해 인상분인 19.3원보다는 더 오를 수 있고 그 중에서도 1분기에 가장 많이 오를 것이다, 이렇게 전망할 수 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한전이 원하는 만큼 한번에 요금을 올리지 못하면 실적 개선 시점도 그만큼 늦어지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전은 내년 상반기 내에 51.6원을 몰아서 올리지 않는 한 영업적자를 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증권가에서는 한전이 전기요금을 나눠서 올린다는 가정 하에 빠르면 내후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한전 정도 되는 기업은 연간 영업이익이 7~8조원 정도는 돼야 투자비와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흑자로 전환되더라도 부채는 계속 증가할 전망입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증권가에선 한전의 목표주가를 평균 6%, 많게는 20% 이상 하향 조정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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