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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매매·IB에 안주’…혁신 멈추자 위기 [위기의 증권사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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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증권사들이 위탁매매와 IB(투자은행)에 사업을 집중한 결과, 대외환경에 취약한 경영상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반면,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ICT를 통한 WM(자산관리) 사업 비중을 크게 늘리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혁신을 기반으로 한 신규 사업을 지속적으로 창출하지 못하면 한꺼번에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입니다.

보도에 문형민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축포를 터트렸던 여의도 증권가의 표정이 밝지 않습니다.

증권사들이 지난해와 비교해 반토막이 난 성적표를 받았고 전망 또한 어둡기 때문입니다.

국내 증권사 수익의 70%는 위탁매매와 IB(투자은행)와 같은 전통 사업군에서 발생합니다.

하지만 최근 주식거래 부진은 물론, IPO(기업공개)와 부동산PF 시장 역시 얼어붙은 상황.

이에 위탁매매와 IB 비중이 높은 국내 증권사들은 더욱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전통 사업군 뿐만 아니라 WM(자산관리) 사업 비중도 덩달아 높습니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의 WM 비중은 10년 전 13%에서 최근 24%로 크게 확대됐습니다.

국내 증권사들이 같은 기간 WM 비중을 13%에서 6% 수준으로 낮춘 것과 비교됩니다.

이렇게 글로벌 투자은행의 WM 비중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비대면 영업 확대.

비대면 영업의 핵심은 높은 ICT 역량인데, 미국은 수년 전부터 여기에 집중해왔습니다.

[이효섭 /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글로벌 IB들은 수년 전에 더 이상 금융회사가 아니라 IT회사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뿐만 아니라 자산관리, 트레이딩, IB 등 전사적으로 디지털화를 추진을 하고…]

실제로 최근 3년간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연간 영업이익의 약 30%를 ICT에 투자했습니다.

ICT 인력도 회사 전체 직원의 최대 25% 수준을 보이며 국내보다 다섯 배가량 높았습니다.
(골드만삭스 24.5%, JP모건 13.2%, UBS 9% 등. 한국 증권사 4.8%, 한국 자산운용업 2.8%)

이렇게 ICT에 집중한 결과 2019년부터 개인과 법인 WM 플랫폼들이 속속 출시됐습니다.
(JP모건 `Structured Investment 360`, 골드만삭스 Luminis, 찰스스왑 `Schwab Intelligent Income`, BOA `Merrill Edge`, 도이치뱅크 `Robin`)

[이효섭 /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은 아직 브로커리지 중심으로만 디지털화가 추진이 되고 있고, ICT 전문인력 비중도 여전히 낮은 상황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아직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지 않나…자산관리 부분이 특히 디지털화가 많이 뒤쳐져있다고 볼 수 있고요.]

ICT를 통한 WM 사업 확대 여부가 국내 증권사와 글로벌 투자은행의 생존을 갈랐습니다.

한국경제TV 문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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