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지표를 주시하며 폭등한 가운데 월가에서 `기업 사냥꾼`으로 알려진 억만장자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Carl Icahn) 아이칸 엔터프라이즈 회장이 증시 비관론을 재차 강조했다.
1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아이칸은 "미국 증시가 CPI 서프라이즈에 힘입어 밤사이 폭등했지만, 증시가 여전히 `베어마켓(Bear Market·약세장)`에 빠져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리스크가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칼 아이칸 회장은 장 마감 직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나친 증시 낙관론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 증시에 나타난 상승 랠리가 매우 극적인 것은 사실이고,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보다 더 큰 폭으로 올라줬다"고 밝혔다. 이날 다우 지수는 1,200포인트 급등해 3만 3,300선에서 거래를 마쳤고,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5%, 7% 폭등해 2020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소폭 둔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강한 임금 상승세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시장에 오래 남아있을 것"이라며 "대규모 증시 랠리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아직 약세장에 있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적으로 하락장에서는 증시에 대규모 공매도 포지션이 쌓여 있기 때문에 오늘 같은 대형 베어마켓 랠리가 종종 등장한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 될 수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 헤지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S&P500 지수에 대해선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칼 아이칸 회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늦장 대응`을 지적하면서도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완벽히 통제하기 위해 공격적은 금리인상을 지속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1970년대에도 고공 행진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인플레이션을 한방에 잡을 수 있는 `요술 지팡이(Magic Wand)`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연준의 고강도 긴축을 두고 "해야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높은 금리와 국채수익률의 역전 현상은 경기침체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미 노동부는 미국의 10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최소폭 상승으로 시장 전망치 7.9%도 하회했다. 또한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기 대비 6.3% 상승하는데 그치며 40년 만의 최고치에서 둔화했다.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05년 9월부터 2006년 초까지 KT&G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에 오른 뒤 배당확대, 부동산 매각, 한국인삼공사 상장, 자사주 매각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아이칸의 개입 이후 당시 4만 원 초반이었던 KT&G 주가는 1년 사이 6만 원을 넘어서게 되고, 주가가 오르자 아이칸은 KT&G 주식 약 696만 주를 매각해 1,500억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챙겼다.
(사진=CN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