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가스공사가 8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3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실적 성장의 모멘텀이 될 요금 인상보다는 국제유가 상승에 기댄 착시현상에 불과해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입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산업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오늘(10일) 나온 가스공사 실적부터 짚어주시죠.
<기자>
한국가스공사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0% 증가한 10조7,343억원,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738% 증가한 1,434억원을 각각 기록했습니다.
지난 2020년 3분기 이후 8분기 만에 적자 전환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어닝 서프라이즈 급의 성적표를 얻은 셈이죠.
먼저 매출이 증가한 이유는 단연 글로벌 에너지 수급난으로 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스 판매 매출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공사는 3분기 기준 지난해보다 100만톤 정도의 가스를 더 팔았습니다.
그렇다면 가스를 많이 판 만큼 많이 남았는가. 국내에선 그러지 못했고 해외에서도 국제유가 상승에 기댄 절반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공사의 해외 사업장 영업이익이 3분기 기준 1,649억원입니다. 아까 공사의 전체 영업이익이 1,434억원이라고 했죠.
결국 해외에서 번 돈을 국내에서 까먹었단 소립니다. 해외 현장 역시 생산량 자체는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판매 단가가 상승한 덕을 봤습니다.
<앵커>
결국 국내 적자를 해외 수익으로 만회했단 소린데, 올해 정부가 가스요금을 네 차례나 올리지 않았나요? 요금 인상 효과가 전혀 없어 보여서요.
<기자>
맞습니다. 네 번 올렸지만 가스 수입단가 상승분이 요금에 바로 반영되지 않았고요.
요금 인상폭도 공사의 기대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미수금이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공사가 수입한 가스 대금 중에서 요금으로 회수되지 못한 금액인데요.
이 미수금이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조원 넘게 늘었고, 현재 10조원까지 불어났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공사는 늘어나는 원가 부담과 함께 이런 미수금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 147%의 요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정작 주택용 기준 16%가 인상되는데 그쳤습니다.
이에 따라 공사의 부채비율은 479%로 지난해 말 대비 100% 포인트 가까이 증가한 상태입니다.
<앵커>
해외 사업장은 국제유가에 달려있고, 따라서 언제든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국내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해 보이거든요.
가스공사의 국내 실적, 언제 회복되나요?
<기자>
향후 요금 정책이 어떻게 변할 지 모르기 때문에 미수금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일단 내년까지 미수금이 불어날 수 있다고 봤고요.
과거에도 5년 간 요금을 인상하지 않아 5조5천억원 가량의 미수금이 발생한 적이 있는데, 굉장히 장기간에 걸쳐 회수된 사례가 있는 만큼 국내에서는 단기간에 의미 있는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악재를 맞았습니다.
최근 친환경 설비가 증가하면서 늘어난 시설 중 하나가 바로 연료전지 발전소인데요.
천연가스를 연료로 쓰는 복합발전소 형태가 대부분인데, 현재 800MW 정도까지 규모가 늘었습니다.
이들 발전소는 가스공사에서 LNG를 받아 쓰는데요. 가스 가격이 급등한 나머지 발전소를 돌릴 수록 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발전소들이 가스공사 대신 도시가스사로 공급처를 바꾸겠다고 나섰습니다.
물론 국내에서 가스 도매를 할 수 있는 사업자는 가스공사가 유일하기 때문에 아예 공사를 거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회를 하겠다는 거죠.
지난해 연료전지용 천연가스 도매요금이 신설되면서 도시가스사들이 기존보다 16% 저렴하게 가스를 받아와 공급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발전소들은 이 제도를 이용해 도시가스사가 싸게 받아온 가스를 싸게 공급받아 비용을 아끼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유통 단계를 줄여야 마진이 덜 붙어서 더 싸게 공급 받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기자>
보통은 그렇죠. 하지만 천연가스 가격이 너무 오르다보니 오히려 한 단계를 더 거쳐야 가격이 싸지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남부발전의 80MW급 연료전지 발전소 한 곳이 당장 다음 달부터 이런 식으로 도시가스사로부터 우회해서 가스를 공급 받는 것을 검토 중이고요.
이런 식으로 아끼는 비용이 연간 340억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런 움직임이 전국 연료전지 발전소로 확대되면 발전소들은 연간 3,400억원을 아끼는 거지만 가스공사 입장에선 3,400억원을 덜 버는 셈이죠.
정리하면 내년까지는 국내에서 유의미한 실적 반등을 점칠 수 없다, 나아지더라도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앵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신임 사장 내정 소식까지 들리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연혜 전 국회의원이 가스공사 신임 사장으로 내정됐습니다.
다음주 이사회, 다음 달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취임할 예정입니다.
내정 배경으로는 최 전 의원의 경영 능력이 꼽힙니다.
최 전 의원이 지난 2013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시장을 지냈을 당시 강도 높은 구조 조정으로 코레일을 흑자 전환시켰고 부채 비율도 대폭 줄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현재 재무 위험 기관으로 지정된 가스공사도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철도 분야 전문가인 최 전 의원이 에너지 분야에서도 같은 성과를 낼 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자산 매각과 자회사 구조조정 등으로 이룬 코레일의 재무구조 개선을 가스공사에도 똑같이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거죠.
최 전 의원의 특성상 수년 째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 해외 자원 개발 사업부터 정리할 가능성이 높은데, 에너지 안보가 화두로 떠오른 현재 시점에서 얼마나 옥석 가리기를 잘 해낼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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