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의 수상한 외환거래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만 무려 4조원이 넘는 의심거래 정황이 적발됐습니다.
김보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4조원이면 당초 파악됐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금감원이 현재까지 확인한 이상 외화송금 거래규모는 총 4조 1천억원 수준이었습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처음 보고한 것보다 1조6천억원 가량 더 늘어난 것인데요.
이상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의심되는 지점이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앞서 금감원은 이달 초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몇몇 지점에서 비정상적인 규모의 외환거래가 상당기간 이뤄진 사실을 보고받고 검사에 나섰습니다.
<앵커>
수상한 거래로 `의심`이 되는 규모가 4조원이라는 얘기인데 여기서 수상하다는 게 정확히 어떤 부분입니까?
<기자>
자료화면을 같이 보시면서 설명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대다수 거래가 다음과 같은 흐름을 보였습니다.
우선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개인 혹은 법인 계좌로 원화가 송금됩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이 돈은 귀금속 수입업체나 화장품 수입업체 등과 같은 무역 법인 계좌로 이체되고요.
최종적으로 이 돈은 은행을 통해 수입대금 지급 등의 명목으로 해외 달러 형태로 홍콩, 일본, 미국, 중국 등에 소재한 해외 법인계좌로 입금됐습니다.
문제는 거래 과정 중간에 껴있는 무역법인들의 대표가 알고보니 같은 경우도 있었고 또 친인척 같은 특수관계인 경우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특수관계로 보이는 해당 법인들은 은행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기간을 나눠 송금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우리·신한은행에서만 22개 무역법인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금감원은 해당 무역법인들의 거래 실체 파악에 주력하고 있고, 검찰과 관세청에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해외로 빠져나간 돈들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나왔다는 점이 수상하고, 여기서 나온 돈들이 알고 보면 다 한사람이거나 친인척이거나 서로 연결된 법인들을 통해서 해외로 빠져나갔다 라는 것이네요.
일각에서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가 해외보다 시세가 높으까,이것을 김치프리미엄이라고 하는데, 그 차익을 노린 자금이 아니냐 하는 해석도 있습니다. 어땠습니까?
<기자>
금감원은 현재 국내 자금 흐름만 살펴봤고, 뒷단에 즉 해외에서 어떤 거래가 추가로 있었는지는 파악하기가 힘든 만큼 섣불리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앵커가 얘기한대로 김치프리미엄을 이용한 차익실현인지를 확인하려면, 거래 당사자가 실제로 해외가상자산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구입한 뒤 이를 다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계좌로 옮긴 정황을 파악해야 하는데요.
일단 가상거래소 간 거래내역은 파악이 힘들고요.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본다 라고 한다면 해외로 돈을 보낸 국내 무역법인 소유자와 그리고 그 돈을 받은 해외법인 소유자가 동일한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을 확인해 볼 수도 있는데요.
해외법인 소유자 확인 역시 금감원 영역 밖의 일이라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습니다.
대신 환치기나 자금세탁 여부가 관세청과 검찰 소관인 만큼 해당 기관과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오늘 발표 과정에서 거래 과정 중간에 껴 있는 무역업체들이 정상적인 업체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발언이 나왔고요.
앞서 보신 것처럼 실제로 거래 과정에서 수상한 정황들이 포착된 만큼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차익실현, 자금세탁 등과 관련된 의심을 지우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앵커>
디지털 시대라고 해도, 당국이 들여다보지 못하는 정보들이 굉장히 많네요.
특히 이 가상자산 부분은 새롭게 나타난 부분이라 대응이 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 발표된 건 일단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조사한 결과라면서요.
앞으로도 계속 조사가 이뤄진다는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금감원은 현재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외환 이상거래가 있었는지 자체 점검을 실시하고 이달말까지 결과를 제출하라고 요청한 상태인데요.
지난해 이후 신설된 업체의 외환송금거래가 점검 대상입니다.
구체적으로는 3가지 기준이 제시됐는데요.
▲신설업체가 자본금의 100배 이상, 0.5억달러 이상 우리돈으로 650억원 그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외환송금하거나 ▲가상자산거래소 연계계좌로부터 입금 거래가 빈번한 경우 ▲특정 영업점의 외환송금 실적 50% 이상 차지하는 경우입니다.
<앵커>
불법적인 송금인지 아닌지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는 곳은 은행 아닙니까.
이번 조사 결과 은행들이 책임져야 할 부분은 없을까요?
<기자>
이 부분에 대해서도 금감원은 일단 공식적으로 말을 아꼈습니다.
검사가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섣불리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는 것인데요.
다만 금감원 고위관계자를 통해 따로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은행들도 일부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서 물건을 수입하고 대금을 치를 때에는 사전 송금방식이라는 것을 대부분 사용합니다.
이게 뭐냐면 수입 물건을 받기 전에 수출 업체에 먼저 돈부터 보내는 방식인데요.
이때 예를 들어 "어떤어떤 물건을 어떤 업체로부터 얼만큼 얼마에 들여올 거다"라는 식의 인보이스, 즉 견적서 한장만 써서 은행에 제출하면 외환송금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바로 이 부분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던 이러한 거래방식에 허점이 있었던 것 아니냐, 그리고 거액의 외환이 송금됐다면 비록 의무는 아니지만 은행들이 자체적으로라도 통관확인서류 등과 같은 실제 무역입증서류를 사후에 확보해서 확인해봐야 했어야 했던 것 아니냐라는 점을 꼬집은 것입니다.
또 이번 중간조사 과정에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당초 파악하고 보고했던 것보다 더 많은 지점에서, 그리고 더 큰 규모의 이상거래 징후가 있었지 않습니까.
다시 말하면 은행이 제대로 이상거래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인데요.
이에 따라 금융권의 긴장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금감원은 검사 결과 외국환거래법과 특금법을 위반한 은행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는데요.
금감원은 다음달 5일 이후로 해서 검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은행에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장치같은 게 있었나보네요. 이걸 안지켜서 실제 은행이 처벌을 받은 적도 있나요?
<기자>
지난해 5월 하나은행이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금감원으로부터 과징금 5천만원과 해당지점의 일부 업무를 4개월 정지당한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규모는 7개 지점에서 총 3200억원 수준으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이상거래 규모보다는 작았는데요.
은행 지점의 일부 업무가 정지되는 중징계는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앵커>
이번 이상 외환거래 이슈가 단순히 개별 지점의 문제로 끝날지, 은행권 전반의 시스템 문제로 확대될지 잘 살펴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김보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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