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형 당뇨병이 있으면 뇌의 노화가 약 26% 가속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의 인지 기능이 더 빨리 나빠진다는 뜻이다. 또 2형 당뇨병이 확진되기 전에도 뇌 조직은 많이 손상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뉴욕 소재 스토니브룩대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5일(현지 시각) 과학 저널 `이라이프`(eLife)에 논문으로 실렸다.
연구팀은 뇌 구조와 뇌 기능에 관한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로부터 50세부터 80세까지 등록자 2만여 명의 데이터를 받았다.
뇌 스캔 영상과 뇌 기능 측정 결과 등이 포함된 이 데이터세트를 분석해 2형 당뇨병과 직접 연관된 뇌 구조 및 인지 능력 변화를 가려냈다.
과학자들은 다른 논문 100여 편의 메타 분석(meta-analysisㆍ문헌 연구)을 통해 1차 분석 결과를 검증했다.
2형 당뇨병에 걸리든 나이가 들든 뇌 기능이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였다.
다시 말해 `작업 기억`(working memory), 학습 능력, 유연한 사고 등과 같은 뇌의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과 처리 속도에 뚜렷한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2형 당뇨병 환자는 같은 연령의 건강한 사람보다 뇌의 집행 기능은 13.1%, 처리 속도는 6.7% 더 약해졌다.
2형 당뇨병 환자는 또 집행 기능 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복측 선조체`(ventral striatum)의 회백질이 6.2% 더 줄었고, 뇌의 다른 영역에서도 회백질 감소가 관찰됐다.
종합적으로 볼 때 2형 당뇨병으로 인한 뇌 신경 퇴행 패턴은 나이가 들어 생기는 그것과 많이 중복됐다.
그런데도 2형 당뇨병이 있으면 신경 퇴행 속도가 빨라졌고 뇌 기능에 미치는 충격도 훨씬 더 심했다.
실제로 당뇨병이 계속되면 뇌의 노화가 26%가량 가속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인슐린 과립은 생성 시기에 따라 다른 색깔의 빛을 낸다. 새로 생긴 과립은 녹색인데 시간이 지나면 적색으로 변한다.
건강한 췌장 세포는 신선한 인슐린 과립을 먼저 분비하지만, 당뇨병에 걸리면 이 우선순위가 교란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팀은 나이가 드는 것에 따른 신경 퇴행 패턴이 2형 당뇨병이 유발하는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는 데 주목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오는 뇌의 노화도 인슐린의 글루코스(포도당) 조절 기능 저하와 무관치 않다는 걸 시사하기 때문이다. 또 2형 당뇨병 진단 전에 상당한 뇌 구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에도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당뇨병과 연관된 뇌 구조 변화를 미리 잡아내는 효율적인 검진법, 예를 들면 뇌에 기반한 2형 당뇨병 생물지표 등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논문의 제1 저자를 맡은 보톤드 안탈 박사과정연구원은 "보통 당뇨병을 진단할 땐 혈당치, 인슐린 수위, 체질량 등을 검사하는데 2형 당뇨병의 신경학적 영향은 여러 해 전부터 나타난다"라면서 "기존 검사법으로 당뇨병이 확인됐을 땐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뇌 손상이 생겼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호주 시드니대 멜캄 케베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