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계열사 현대삼호중공업이 러시아 국영선사 소브콤플로트(Sovcomflot)로부터 수주한 LNG선 3척의 건조를 연기 또는 리세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의 국제결제망(스위프트, SWIFT) 퇴출로 대금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3척의 수주 금액은 6천억원이 넘는다.
14일 그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삼호중공업은 이달 초 내부 사업계획 보고에서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3척의 LNG선 건조 일정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수주한 3척 가운데 1척은 건조가 시작됐고 2척은 설계 단계로 알려졌다. 건조가 시작된 1척은 대금 회수가 불가할 경우를 대비해 다른 선주에 되파는 `리세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계약이행을 위한 모든 노력 다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혀왔다.
LNG선 3척의 수주 금액은 5억5천달러 규모로 우리 돈으로 6천800억원 수준이다. 최근 선박 수요가 급증하고, 선박 가격이 2000년대 호황기 수준까지 거의 도달해 리세일을 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발주사인 소브콤플로트와의 협의가 필요하지만 현대중공업의 이같은 판단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 사회의 러시아 제재로 소브콤플로트가 제재 대상 기업 명단에 올랐고, 러시아 금융기관들이 스위프트에서 배제되면서 달러 결제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은 2017년 `즈베즈다-현대`를 합작 설립하고 기술이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이어왔다. 최근 즈베즈다-현대로 인도할 예정이었던 이중연료추진 유조선도 리세일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즈베즈다 파견 인력 철수 얘기도 나온다.
현재 국내 조선사가 러시아 선주로부터 수주한 물량은 80억 5천만 달러(약 9조 8천억 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순으로 물량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