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의회가 임란 칸(69)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10일(현지시간) 새벽 파키스탄 의회 총리 불신임안 투표에서 342명의 하원의원 중 174명이 찬성했다.
그동안 불신임안 투표를 세 차례 지연시킨 여당 소속 아사드 카이사르 하원의장이 전격 사임한 직후 의장 대행을 맡은 야당 소속 사르다르 아야즈 사디크는 "174명의 찬성에 따라 불신임안이 통과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칸 총리는 더는 총리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
파키스탄에서 지금까지 5년 임기를 다 채운 총리는 한 명도 없었지만, 불신임안 가결로 물러난 총리는 칸 총리가 처음이다.
야권은 칸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망가진 경제 회복에 실패하고 부패 척결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초부터 불신임 투표를 추진해왔다.
여기에 칸 총리가 이끄는 여당 테흐리크-에-인사프(PTI) 소속 의원 수십명이 불신임 찬성표를 던지겠다며 등을 돌리고, 연정 핵심 파트너인 MQM-P 등도 야권에 가세하면서 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 통과는 초읽기 상태였다.
그러자 친중 성향으로 평가되는 칸 총리는 "미국에 의한 노골적인 내정 간섭"이라고 `미국 음모론`을 제기하며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여권은 야당들의 불신임 투표 요청이 위헌이라며 표결을 무산한 것은 물론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대법원은 지난 7일 칸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을 명령하고, 의회 해산 조치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하원이 언제, 누구를 새 총리로 뽑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야권 지도자인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 총재가 차기 총리로 선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샤리프는 이날 불신임안 통과 직후 "PML-N이 파키스탄을 재건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켓 스타 출신으로 2018년 8월부터 정권을 이끈 칸 총리는 지지자들에게 전국적인 집회 참여를 촉구하는 등 결과에 순응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