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자주 눈에 들어오는 광고가 있다. 저렴한 투자금에 매달 고정적인 수익을 보장한다는 부동산 투자 전단지다.
건물주가 모두의 꿈이 된 시대, 지하철 내 광고 전단은 그 꿈을 이뤄줄 티켓이 될 수 있을까.
한국경제TV `쓰리고`는 지하철과 도심 곳곳에서 발견된 광고전단의 실체를 파헤쳐봤다.
● "김포 오피스텔 어때요…삼촌, 오늘 하나 쓰고 가"
지하철 2호선에서 발견된 광고전단은 보증금 500만원, 월세 40만원 수익을 강조했다. 주택 담보 대출이 틀어막힌 상황에서 70% 대출이 가능하다는 문구도 눈길을 끌었다.
전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았고, 한 지하철역 근처에 위치한 분양 홍보관을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상담사는 각종 지역 호재를 언급했다. 그가 소개한 물건은 김포 외곽에 위치한 대규모 오피스텔, 분양가격은 1억 4천만원 수준이었다.
상담사는 본인도 "오피스텔 2개 호실을 이미 계약한 상태"라며 서둘러 투자 여부를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딱 4개 남은 계약 취소 물건이에요" "월세 2년 받고 있다보면 2억원까지는 안정적으로 가니까…" "삼촌, 오늘 하나 쓰고 가요!"
● "월세 수익에 시세 차익까지"…오피스텔 수익성 진짜일까
앞서 만난 상담사는 "월세 수익과 오피스텔의 미래 시세 차익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며 투자를 강하게 권유했다. 한국경제TV 특별취재팀은 해당 매물이 실제로 시장 가치가 있을지에 대해 따져보기로 했다.
매물의 위치는 김포 한강신도시의 서쪽 끝인 구래동 일원. 김포 경전철의 출발 지점인 양촌역과 인접해 있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대규모 오피스텔이 끝없이 늘어서 있는 것이었다. `공급 과잉`이 우려될 정도로 많은 수의 오피스텔이 한창 공사 중이거나 이미 들어선 상태였다.
이날 현장을 함께 둘러본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권 교수는 "인근 지역 오피스텔을 어림잡아 세어봐도 약 1만호실에 달한다"며 "대규모 일자리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묻지마 오피스텔 투자는 투자 손실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하철에서 불법 전단지로 홍보하는 부동산 매물이 좋은 투자처일 수가 없다. 악성 미분양 상가, 미분양 오피스텔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며 "상업용 부동산의 핵심인 임대수익이 보장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언급했다.
현재 온라인 상에는 해당 오피스텔 매물이 적지 않게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상담사는 1억 4천만원의 오피스텔을 소개하며 "월세수익 뿐 아니라 미래 오피스텔 가격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현재 나와있는 매물은 시세가 1억 1,500만~1억 2천만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분양가격보다 10% 낮은 수준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는 셈이었다.
● 7천만원 투자, 월 49만원 수익…"대기업이 빠지겠어요?"
한국경제TV 특별취재팀은 또 다른 부동산 광고 전단에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눈에 들어온 전단은 7천400만원만 투자하면 월 49만원의 월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광고에 적힌 내용대로라면 연 8%에 달하는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셈이었다.
취재진이 만난 상담사는 `해당 매물은 A 대기업이 통으로 임차하고 있는 상가 물건`임을 강조했다. "유명 대기업이 세입자인데 공실 걱정은 접어둬도 된다"는게 그의 주장이었다.
현재 해당 건물은 전체가 비어있는 상황이다. 상담사가 언급한 A 대기업이 복합 쇼핑몰로 운영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사업을 멈춰둔 상태다.
상담사는 "지금은 사업이 멈춰서있지만 곧 사업이 재개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A 대기업이 건물을 임대하며 낸 돈이 수십억원에 달한다. 그 돈을 포기하며 사업을 접을리가 없다"며 "코로나 상황만 일단락 되면 리모델링 후 사업이 재개돼 안정적 월세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 "대기업이 임차인" 사실일까
취재진은 상담사가 언급한 `대기업 임차인`의 사실 여부를 파악해보기로 했다. 만약 A 대기업이 건물 전체를 임대하고 있는게 사실이라면 저렴한 가격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A 그룹에 확인해본 결과 A 그룹이 해당 건물 전체를 임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미래 임대 기간도 충분히 남아있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 지속 여부는 사실과 달랐다. A 그룹은 "코로나 상황이 2년 넘게 지속되며 쇼핑몰 사업을 이어가지 않기로 했다"며 "건물 임대를 이어받을 다른 임차인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부동산 열차 꼬리칸…"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
서민의 발인 지하철에서 `안정적인 월세수익`을 강조하는 전단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부동산 급행열차가 떠나기 전, 소액으로나마 그 열차에 올라타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가득하다.
취재진이 부동산 광고전단 매물을 직접 살펴보며 얻은 결론은 간단했다. 바로 "싸고 좋은 매물은 없다"는 것.
수년간 부동산이 막대한 수익을 안겨준 투자 상품임은 분명하지만, 모든 상품이 수익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특히 오피스텔, 상가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매물의 입지, 주변 산업 수요, 경시 경제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기에 더욱 세심한 투자가 고려된다. 소액으로 높은 투자 수익을 거두기가 더더욱 어려운 이유다.
한국경제TV 특별취재팀은 `부동산 열차 꼬리칸`에 탑승한 승객들의 이야기를 추적한다. 지하철 내 부동산 전단, 지식산업센터 투자로 절망 중인 20대 청년들의 이야기, 한 분양대행사의 미심쩍은 영업방식.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경제시사프로그램 `쓰리고`는 한국경제TV 유튜브에서 전체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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