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변이인 오미크론이 미국, 영국에서 곧 약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너무 많이 확산한 까닭에 바이러스가 더 감염시킬 사람이 없어지는 형국이라는 분석이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영국에서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가 이미 정점에 이르렀고 미국도 그 뒤를 따를 것으로 본다.
미국 워싱턴대는 모델 분석을 통해 미국 내 하루 신규확진이 오는 19일 120만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뒤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분석을 주도한 알리 모카다드 워싱턴대 교수는 "감염될 수 있는 사람이 모조리 감염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구가 약 3억3천500만명인 미국에서는 최근 1주일 동안 하루 평균 신규확진자가 73만8천명 정도씩 쏟아졌다.
워싱턴대는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미검사자들까지 포함해 더 복잡하게 계산할 때 미국 내 하루 신규확진이 이미 지난 6일 정점인 600만명을 지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영국은 미국보다 빨리 공식 통계에서도 확진자 감소세가 눈에 띄고 있다.
인구가 6천700만명가량인 영국에서 하루 평균 신규확진은 이달 초 20만명까지 치솟았다가 지난주 14만명 정도로 집계됐다.
케빈 매콘웨이 전 영국 오픈대학 응용통계학 교수는 일부 지역에서 확산세가 이어지지만 런던은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영국 과학자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지난 11월 말 보고 뒤 한 달 만에 정점을 찍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선례도 같은 추세로 주목한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내에서는 자국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서 가장 먼저 벗어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데이비드 헤이먼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매우 높은 수준의 면역력 때문에 바이러스가 궁지에 몰려 코로나19가 곧 다른 감염병처럼 정상적 패턴으로 굳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관계자도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낙관하기에 분명한 지점"이라며 "추세를 더 봐야 하겠지만 나빠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은 각각 특유의 기본 환경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런 추세와 그에 따른 위험성을 속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들 국가는 남아공과 달리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자가 많은 데다가 감염위험이 커지는 계절인 겨울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은 감염자 급증에 따른 중환자 증가로 의료체계에 부담이 가중돼 공중보건 위기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AP통신은 확산세가 정점에 이르고 꺾이더라도 환자, 의료체계가 몇 주, 몇 달 동안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영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약화하더라도 전 세계 차원의 대유행이 종식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헤이먼 교수는 전 세계의 모든 나라가 코로나19를 순치하는 과정을 겪기 전까지 팬데믹 종식은 선언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캐서린 스몰우드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부 선임비상계획관은 "코로나19를 엔데믹(국지적 전염병)으로 판정하기엔 여전히 멀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엔데믹처럼 활동하기 전에 엔데믹이 된 것처럼 대하는 행위를 자제하라"고 각국 정부에 촉구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젠가는 끝날 것이며 마지막 우세종이 오미크론 변이일 수 있다는 희망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텍사스대 코로나19 모델 컨소시엄 책임자인 로런 앤설 메이어스는 "오미크론 변이가 그 기점이 될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언젠가 글로벌 위협에서 벗어나 훨씬 더 관리하기 쉬운 질병으로 옮겨갔다고 선을 그을 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