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쉬자인(許家印) 회장의 개인 자금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서 겨우 버티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第一財經)은 17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쉬 회장이 개인 자산 매각과 본인 소유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 등으로 마련한 70억 위안(약 1조3천억원)을 `헝다 제국`의 기본 운영 자금에 수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쉬자인 개인이 마련한 자금으로 헝다가 연명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헝다는 대형 자산 매각 등 유동성 개선을 위한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최근 몇 차례 데드라인을 앞두고 달러 채권 이자를 속속 갚아 최악의 고비는 넘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쉬 회장이 위기를 넘기려 개인 자금을 동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 있다.
중국 당국이 쉬 회장에게 개인 자산을 동원해서라도 부채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쉬 회장 측이 제트기 등 자산을 매각하는 한편 홍콩의 고급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는 등의 보도가 중국 안팎에서 잇따랐다.
하지만 수조원대 대형 자산 매각이 불발되고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들이 본격 재개된 것도 아니어서 헝다의 유동성 위기가 근본적으로 해소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당초 헝다는 자회사인 헝다물업 지분을 매각해 3조원대 현금을 확보해 유동성 위기를 넘기려 했지만 성사 직전에 거래가 무산됐다.
또 헝다는 근거지인 광둥성을 중심으로 완공을 앞둔 40곳의 건설 현장 운영을 우선 재개하는 등 사업 정상화 노력도 기울이고 있지만 전국 사업 규모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헝다의 중국 내 건설 프로젝트는 280여 도시에 걸쳐 1천300여개에 달한다.
헝다는 당국의 도움을 얻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쉬 회장은 지난 14일 열린 내부 회의에서 "현재 각급 정부가 헝다가 부동산 개발 대출을 확보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은행과 최대한 적극적으로 협상해 사업을 정상화할 운영 자금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전국 공사 현장을 재개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다 협력 시공사들의 신뢰도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여서 지방 정부가 앞장서지 않고서는 헝다와 시공사 간 채무 분쟁이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차이신은 지적했다.
헝다의 시공 중단 현장의 총면적은 4천900만㎡에 달한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사업 정상화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헝다는 올해 추가로 4건의 달러화 채권 이자를 막아야 하고, 내년까지 상환해야 할 달러화·위안화 채권 규모는 74억 달러(약 8조7천억원)에 달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