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제페토·로블록스를 비롯한 메타버스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유행하면서 사이버불링이나 성희롱 등 범죄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지난해 초·중·고교생 4천95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19.7%가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발생 공간은 `온라인 게임`(50.5%), 가해 대상은 `누군지 모르는 사람`(45.8%)이 가장 많았다.
아바타를 이용해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음성 대화 기능으로 상대방에게 성적인 요구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최근 온라인 맘카페에는 "제페토에서 누가 아이에게 `변녀`를 검색해보라며 집요하게 성희롱을 했다", "딸이 모르는 사람에게 `반바지 입은 사진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해서 깜짝 놀라 계정을 탈퇴시켰다"는 등 글들이 여럿 올라왔다.
지난 3월 영국에서는 아동 성범죄 전력이 있는 20대 남성이 로블록스와 어린이용 비디오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7∼12세 남자아이들에게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내 성희롱 예방 명령을 선고받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플랫폼 차원에서의 대응책은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네이버제트는 제페토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뒀지만, 이용약관에는 `불쾌하고 선정적이며 모욕적인 자료에 노출될 수 있고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이러한 위험 요소를 받아들이는 것에 동의한다`는 면책 조항이 포함됐다.
최근 한국 법인을 설립한 로블록스 역시 `모욕적·선정적·불법적인 콘텐츠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을 이용약관에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플랫폼 이용자의 대다수가 10대 청소년인 만큼 범죄 사각지대로 남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원상 조선대학교 교수는 "아직 규범의식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 이용자가 많은 메타버스는 자칫 범죄의 배양소가 될 수 있다"며 "현행법으로는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에 관련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사회 경험이 줄어든 아동·청소년이 온라인 공간에서 잘못된 경험을 하게 되면 이것을 사회적 규범으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메타버스의 여러 가능성이 안전하게 시도될 수 있도록 제도적·윤리적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