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은행저축보다 이율이 훨씬 좋고요, 나중에 연금처럼 받아서 쓰실 수도 있어요. 바로 0000 종신보험입니다."종신보험인데 일반 저축보다 이율이 좋고 연금처럼 나눠서 받을 수도 있다? 초저금리시대에 그냥 은행에 맡겨두는 것보다 이게 훨씬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죠. 설계사들의 `최애 상품`이면서도 소비자 피해가 커 보험민원 1위 상품으로 꼽히는 종신보험. `사망 시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인데, 대체 어떻게 저축성 상품으로 둔갑하게 된 걸까요. 이번 주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는 종신보험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짚어봅니다.
◆ `종신` 붙으면 무조건 종신보험먼저 보험의 종류부터 살펴볼까요. 보험은 크게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으로 나뉩니다. 보장성보험은 말 그대로 보험의 본래 기능인 `위험보장`에 중점을 둔 상품이고, 저축성보험은 목돈 마련이나 노후생활대비 저축기능을 강화한 상품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주 주제인 종신보험은 어디에 속할까요? 종신보험의 정의는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을 100% 지급하는 상품`입니다. 사망할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니 명확하게 보장성보험에 해당됩니다.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안내돼 있는 보험종류 구분을 가져왔습니다. 확실히 종신보험은 보장성보험에 포함돼 있죠. 저축성보험으로 분류된 상품에는 연금저축보험과 연금보험, 유니버셜보험, 일반 저축보험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설계사들이 판매하는 상품의 이름을 보면 `0000 유니버셜 종신보험`, `0000 변액 유니버셜 종신보험` 등…이게 대체 유니버셜 보험인지 변액인지 종신보험인지, 헷갈릴 때가 많으시죠. 먼저 확인해야 할 첫 번째 사안, 보험상품 이름에
`종신`이 붙어있으면 무조건 종신보험입니다. 저축성이 아닌 `보장성보험`이라는 의미입니다. 은행에 돈을 차곡차곡 쌓아두는 적금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숙지해둬야 합니다.
◆ 저축상품으로 헷갈리는 이유그렇다면 일부 설계사들은 종신보험을 왜 저축성보험인 것처럼 설명하며 판매할까요? 종신보험은 10년 이상의 장기 상품인데다 보험료가 비싸고 `사망 후에야`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잘 가입하지 않으려는 상품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향후 내가 죽었을 때 남은 가족들을 위해 미리 돈을 모아둔다?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당장 가입을 고려하기는 쉽지 않죠. 특히 2030세대의 경우 벌써부터 죽음을 대비하기엔 이르죠. 대부분 내가 살아있을 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을 원합니다.
하지만 설계사 입장에서는 보험료가 비싼 보험을 팔아야 수수료를 많이 받을 수 있겠죠. 특히 종신보험의 경우에는 보험료도 비싸고 장기상품이라 다른 연금이나 저축에 비해
설계사가 가져가는 수수료가 많습니다. 이렇다보니 종신보험에 여러 기능이 붙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변액종신보험입니다. 변액종신보험은 사망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맞지만 펀드나 채권 등 투자실적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펀드 등에 투자해 그 실적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는 보험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수익이 많아질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중도에 입금하거나 인출할 수 있는 수시입출금 기능이 더해진 것이 변액유니버셜 종신보험입니다. 유니버셜 기능은 보험료 납입을 중도에 중지할 수도 있고 추가 납입, 중도에 인출까지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망하지 않더라도 살아생전에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연금 전환 기능도 추가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종신보험을 저축성으로 오인하고 가입하는 경우는
`중도 인출` 기능과 `연금 전환` 기능 때문입니다. 급한 일이 생기면 중도에 인출해 사용할 수 있고, 사망 후에 가족들에게 주지 않고 내가 미리 연금으로 전환해서 받을 수 있다는 특징 때문입니다.
게다가 투자실적에 따라 수익률도 높아지는 변액 기능이 더해지니 설명만 들어보면 은행에 맡겨두는 것보다 훨씬 좋은 상품처럼 느껴지죠. "난 20년 동안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고, 죽기 전에 연금으로 전환해서 활용하겠다"라며 가입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물론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안에는 설계사가 설명하지 않은 한 가지 함정이 숨어있습니다.
◆ 설계사가 설명 안 해주는 `사업비`사망 후 남은 가족들에게 보험금을 남겨줄 수 있고, 투자를 통해 보험금도 불릴 수 있고, 연금으로 전환해서 죽기 전에 내가 쓸 수도 있는데 뭐가 문제?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죠. 지난해 말 금감원에 접수된 불완전판매 관련 보험 민원 중 69.3%가 종신보험입니다. 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민원이
"저축성보험으로 설명듣고 가입했는데 저축성보험이 아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축은 말 그대로 내가 낸 돈 차곡차곡 모아서 돌려받아야 하죠. 설계사들이 설명하지 않은 종신보험의 함정, 바로 `사업비`입니다.
일단 변액종신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투자된다는 성격상 수익률이 좋을 수도 있고,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인 사항이죠. 여기에 가장 중요한 점, 납입보험료에서 설계사들의 수수료 등을 포함한
사업비가 빠져나갑니다. 특히 종신보험 사업비는 최고 30%로 일반 연금저축보다 3배 많습니다. 설계사들의 수당과 운영비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만약 내가 낸 보험료에 2%대 이상의 높은 이율을 적용해준다는 말에 가입을 했다면? 일반 은행저축의 경우 내가 낸 돈 전체에 은행이율이 적용되지만, 종신보험의 경우 보험료 중 사업비를 뺀 나머지 돈에서만 공시이율이 적용됩니다. 여기에 사망을 보장하는 보장성보험인 만큼 추가로 위험보험료도 제외됩니다.
이해하기 쉽게 금감원에서 제공한 상품 구조를 가져왔습니다. 종신보험의 보험료 구성은 적립금+위험보험료+사업비로 구성돼 있죠. 이 세 가지가 모두 더해져서 내가 매월 내는 보험료가 책정됩니다. 쉽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매월 10만 원을 변액종신보험에 넣었다고 칩시다. 10만 원을 그대로 펀드 등에 투자해 이율이 적용되는게 아니고, 10만 원에서 위험보험료와 사업비(30%라고 가정)를 뺀 나머지 7만 원에 대해서만 이율이 적용된다는 겁니다.
추후 이 돈을 연금 전환한다? 위험보험료와 사업비 다 빠지고 나면, 연금 전환해도 일반 연금 상품에 넣은 것보다 받을 돈은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평균적으로 종신보험을 연금전환할 때 받을 수 있는 총액은 일반 연금보험의 7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슬기로운 TIP 보통 종신보험은 내가 사망한 뒤 남은 가족들을 위해 대비 차원에서 가입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 하나, 상속할 재산이 많은 경우 추후 자녀들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는 상속비 재원 마련을 위해 활용하기도 하죠. 이 경우를 제외하고, 살아생전 나의 부귀영화를 기대하며 저축목적으로 가입하시면 안 됩니다.
노후를 대비하고 싶다면? 종신보험 대신 연금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가진 상품들이 있습니다. 연금 역시 다양한 종류가 있으니 자신의 저축 성향에 맞게 선택해서 활용하시면 됩니다. 저축성보험으로 명확히 분류된 상품들도 있습니다. 이 역시도 사업비가 존재하지만 종신보험보다는 적고, 저축성상품인 만큼 장기적으로 납입했을 때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저축이 아닌 정말 보장 목적으로 종신보험을 가입하신다면? 모든 금융상품에는 상품설명서가 있습니다. 하지만 읽어도 잘 모르겠고, 서류도 너무 많아 대충 서명만 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죠. 하지만 보험만큼은 상품설명서를 꼭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종신보험처럼 사업비가 빠지는 상품은 `공제금액 공시` 부분을 꼭 체크하셔야 합니다.
만약 종신보험을 중도에 해지한다면? 원금 당연히 못 찾습니다. 내가 낸 돈의 반의 반도 못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번 주 가장 중요한 슬기로운 팁은 `종신보험은 죽어야 약속한 돈이 온전히 나온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