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 실손보험 청구량 총 7,944만 4천 건 중 데이터 전송에 의한 전산 청구는 9만 1천 건, 0.1%에 그쳤다.
사실상 보험금 청구 전부가 완전히 아날로그 방식이거나 영수증 사진을 찍어 보내는 부분적 디지털 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영수증 등 증빙서류 사진을 찍어 보험사나 핀테크업체의 보험 애플리케이션·웹사이트로 전송한 청구 형태가 34.2%로 가장 많다.
앱을 이용하지만 사진을 전송하는 것일 뿐, 결국 보험사가 다시 데이터로 전환해야 하므로 전산 청구로 볼 수 없고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보험사에 상당한 행정비용이 든다.
팩스 청구와 보험설계사를 통한 청구가 각각 27.5%와 17.3%로 뒤를 이었고 방문 청구도 10.9%나 됐다.
결국 완전한 아날로그 방식이 59.6%에 해당하고, 종이서류를 사진으로 촬영하는 부분적 디지털 방식이 40.2%로 파악됐다.
가입자는 실손보험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병원에서 종이서류를 발급한 후 보험설계사, 팩스, 방문, 우편으로 청구하거나 사진을 찍어 전송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
전산 청구 비율 0.1%도 그나마 일부 대형병원과 보험업계가 별도로 제휴를 추진한 결과 2018년보다 60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불편 탓에 진료비가 소액인 경우 청구를 포기하는 가입자가 적지 않다.
최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와 금융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가 외부 조사기관에 의뢰한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년간 실손보험 가입자의 절반가량이 진료비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정부와 보험업계도 그동안 꾸준히 청구 전산화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의료계의 반발에 무산되고 있다.
의료계는 보험금 청구가 전산화되면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에서도 비급여(건강보험 미적용) 등 상세한 의료행위 정보가 투명하게 노출돼 제한을 받게 된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구 전산화 법안에는 이러한 의료계의 우려를 반영해 청구 데이터를 다른 목적으로 조회하거나 활용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을 담았으나 그동안 의사단체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바 있다.
지난달 여당 김병욱 의원에 이어 이달 초 정청래 의원까지 청구 전산화법을 발의, 관련 논의에 다시 탄력이 붙었다.
김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청구 전산화 공청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