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아이오닉 브랜드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해 만든 첫 모델 ‘아이오닉5’가 일반 도로를 달리는 모습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리뷰 영상이나 보도 등을 통해 차량 이미지는 많이 알려졌었지만 실제 달리는 모습을 보니 파란 번호판이나 전체적으로 각을 살린 디자인 등 일반 차와 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오닉5는 내연기관차와 외관에서 보이는 차이 말고 쓰임새에서도 특별한 부분이 여럿 있다. 특히 움직이는 보조배터리라고 불리는 만큼 차체의 전기를 다양한 기기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이다.
현대차는 이 기능을 V2L 이라고 부른다. `Vehicle to Load`의 약자인데 자동차를 단순히 전력망으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에 저장된 전기를 다른 전자 기기에서도 쉽게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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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2L 활용해 밥도 지을 수 있을까?‘쉽게 사용하는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이는 곧 ‘차 안에 220V 콘센트가 있는가?’라는 질문과 통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오닉5에는 두 개의 220V 콘센트가 있다. 하나는 전기차의 외부 충전 포트에 220V 연결 단자를 결합해 만들어낼 수 있고, 나머지 하나는 2열 가운데 좌석 아랫부분에 위치해 있다. 다만 2열 좌석의 220V 콘센트는 선택사양이다.
그렇다면 실제 220V 콘센트를 활용해 다양한 전자기기를 작동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질문에 한 선배 기자는 “전기밥솥을 작동해 밥을 지을 수 있는지”가 가장 궁금하다고 했다. 실제로 아직까지 아이오닉5로 밥을 지어봤다는 내용은 들어본 적도 없고, 개인적으로도 “정말 따끈한 밥이 될까?”가 궁금했다. 그래서 아이오닉5에서 전기밥솥으로 밥을 지어보기로 했다.
밥 짓기에 앞서 먼저 차량의 잔여 전력량을 체크했다. 차량의 전기를 얼마나 소비하는지를 알아놔야 앞으로 얼마만큼을 사용하면 될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연 차량은 아이오닉5 2WD 롱레인지 풀옵션 모델로 잔여 전력량은 61%, 주행가능거리는 265~266km였다. 또, 한 번에 사용 가능한 최대 전력량도 알아야 했다. 차량에 무리가 가거나 과부하가 걸리면 차단기가 내려가듯 차량이 셧다운 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도 있었기 때문이다. 제원상 사용할 수 있는 최대 소비전력은 3.6kW다. 3.6kW가 어느 정도인지 숫자로는 잘 감이 오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예를 들어 55인치 TV를 최대 24시간 동안 작동시킬 수 있고, 전자레인지나 드라이기와 같은 가전기기를 동시에 가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70W 짜리 전기장판이나 65W 짜리 전기냉장고, 80W 짜리 노트북 등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전자제품들을 모두 차량 내외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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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밥과 노릇한 식빵 완성그래서 멀티탭을 활용해 전기밥솥을 돌리고, 전기 포트에는 물을 넣어 끓이고, 토스트기에는 빵을 굽고, 스탠드는 켠 상태로 동시에 작동해봤다. 약 20분이 넘어가자 전기밥솥에서 김이 나면서 뜸 들이기가 시작됐고, 10분 정도 기다리니 따끈한 밥이 완성됐다. 일반 가정에서 작동하는 시간과 동일했고 밥 상태도 완벽했다. 토스트기의 식빵은 노릇하게 구워져서 밥을 하는 동안 잼을 발라서 먹을 수 있었고, 커피 포트도 정상적으로 작동해 물을 끓여 라면을 먹을 수도 있었다. 이 과정 모두가 동시에 이루어졌는데 솔직히 큰 기대는 안했었지만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해 놀랐다.
그렇다면 전력 소모량은 어느 정도나 될까?최종적으로 계기판에 나타난 잔여 전력량은 60%, 주행 가능 거리는 260~261km였다. 가전 기기를 작동하기 직전에 확인한 잔여 전력량은 61%, 주행 가능 거리는 266km였으니까 결과적으로 아이오닉5의 1%의 전력만을 사용해 밥을 짓고, 물을 끓이는 등의 모든 과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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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라이프의 기준은 ‘V2L`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실제로 V2L기능을 사용해보니 정말 편했다.
V2L기능이 탑재된 전기차와 함께라면 휴대폰이나 노트북부터 냉장고 TV와 같은 큰 가전에 이르기까지 전자기기와 함께 사는 삶이 일상이 된 우리에게 어디를 가더라도 전기 콘센트를 찾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큰 이점으로 다가올 것 같았다. 특히 코로나19 상황 속에 비대면 언택트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필요한 기능이 아닐까 생각했다. 또 전기차는 시동을 걸고 있더라도 매연과 같은 환경오염 요인이 발생하지 않아 자연과 조금 더 가까워지더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일각에서는 V2L 기능 이전과 이후가 EV 라이프가 확장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전기차의 전체 주행 가능 거리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어 주행 가능 거리는 늘리고 배터리 화재 예방과 같은 안전사항을 강화하는 업계의 움직임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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