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유난히 혹독한 한해였다. 전례 없는 바이러스로 전 세계는 물론, 한국 경제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고, 고용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특히, 여행, 공연, 항공 업계는 비상 사태였다. 해고를 당한 사람들도 부지기수. 이런 고달픈 상황에서 사회에 작은 보탬이 되기 위해 손길을 내미는 세무회계사무소가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경세무회계`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사회초년생과 오랜 기간 육아에 전념하느라 사회 생활을 하지 못한 경력 단절 여성, 갑작스럽게 휴직하고 당장 이직조차 할 수 없는 여행, 항공, 엔터테인먼트 인력들이 세무회계 업무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세무회계사무소로는 흔치 않게 기업이 청년을 상대로 현장 실무를 하면서 동시에 전문적인 학업 성취를 인정받도록 하는 고용노동부 `일학습병행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덕분에 특성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도 구직의 어려움 없이 이곳에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됐다. 회사를 다니면서 한경세무회계와 협약을 맺은 서울 한양여자대학교 비즈니스서비스과 학업 이수 및 졸업이 가능한 것이다. 국내의 많은 세무회계사무소들의 영세한 상황과 열악한 근무 환경을 조금이나마 완화시켜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회초년생들이 쉽게 좌절하지 않도록 돕기 위한 취지다.
뿐만 아니라 일을 하면서도 공부를 이어갈 수 있는 `재직자특별전형` 제도도 적극적으로 지원하지만, 재직자특별전형으로 어렵게 대학에 진학해도 장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주간에는 근무로 인해 야간 강의를 들어야하는 재직자특별전형 학생들은 회사의 눈치를 보거나 격무에 시달리다 결국 회사나 학교 둘 중 하나는 포기하고 마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실제로 재직자특별전형중인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회사 업무에 지장이 갈까봐 이직을 받아주는 회사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야근하지 않아도 좋으니 업무 시간 내에 일만 잘해 준다면 그런 친구들이 저희 사무소에 쉽게 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고 싶어요."
다양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들을 마련한다 해도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다면 실현 불가능한 얘기지만 한경세무회계 대표회계사 정영록은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알기에 눈치 보지 않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어릴 적에 친구와 아르바이트 면접을 갔는데, 당시 대학생이었던 친구는 바로 뽑힌 반면 저에겐 담당자가 질문조차 하지 않았어요. 파트타임 일도 대학에 가야 구할 수 있구나, 그런 현실이 어린 맘엔 큰 상처로 남았고 공부를 열심히 해 대학 졸업장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계기가 됐죠. 그 때문에 사무실에서 만난 어린 친구들이 일을 하면서도 대학교 졸업장을 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여러 제도들을 찾아보게 됐어요."
현재 한경세무회계는 8명의 직원들이 재직자전형과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업무와 학업을 병행하거나 대학 졸업 자격 요건을 충족했다. 한경세무회계는 인재 육성 차원에서도 직원들이 대학과 회사를 오가며 만족스러운 생활을 누리는 것이 업무를 보다 진취적으로 대할 수 있어 제도 활용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직원 복지의 일환으로 법인 차원에서 대학교에 진학한 직원들에게 기숙사 및 원룸 보증금 1억원을 지원해 보금자리 마련을 돕는다.
나아가 한경세무회계에서는 국가보훈대상자들과 한부모가정, 저소득 계층 청소년,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세무 상담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2021년부터는 기존에 해오던 아동 발달 지원 계좌 `디딤씨앗통장` 후원 사업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아동 발달 지원 계좌는 복지 지원 대상 아동을 정부와 함께 후원하는 복지 프로그램으로, 후원자가 특정 금액을 적금하면 정부가 해당 아동이 만 17세가 될 때까지 같은 금액을 일대일 매칭 펀드로 적립해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금은 아이가 자라 만 18세 이후 사회로 나갈 때 보금자리 마련, 학비 등 자립 비용으로 쓰인다. 한경세무회계는 2~3명의 아동을 더 후원할 계획으로 혜택이 필요한 아동 신청자를 모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