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를 나흘 앞둔 30일(현지시간)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승리예측이 분분한 가운데, 이번 대선에서도 `샤이 트럼프`가 위력을 발휘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샤이 트럼프`(Shy Trump)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사회적 평판 저하 등을 우려한 탓에 공개적으로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아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숨은 지지층`을 일컫는 말이다.
대부분 여론조사기관이 2016년 대선 때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한 예측이 엇나간 데는 여론조사 과정에서 샤이 트럼프를 잡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올해 대선 역시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대부분이지만 샤이 트럼프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샤이 트럼프가 얼마나 될지, 그 위력이 어떨지에 대해서는 여론조사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30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인 트래펄가 그룹의 로버트 케헬리 여론조사 수석위원은 샤이 트럼프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4년 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했다.
그는 "지난번보다 더 많은 샤이 트럼프 유권자가 있다"며 여론조사기관이 올해에도 참사에 가까운 실책을 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서스쿼해나도 샤이 트럼프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곳이다. 이 기관은 다른 기관 조사에서 6개 경합주 중 바이든 후보가 안정적 우위를 보이는 위스콘신주에서 두 후보가 동률이라는 조사를 내놨고, 플로리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4%포인트 앞섰다는 결과를 공표했다.
이 기관의 짐 리는 "인종주의자라고 불리는 사람(트럼프)을 지지한다고 말하길 원치 않는 유권자가 많다"며 "우리는 이를 잡아낼 수 있었지만 다른 기관은 그렇지 못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의 여론조사 방식을 믿기 어렵다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선거전문매체 538의 네이트 실버 등은 일례로 트래펄가그룹 조사의 신빙성 자체에 의문을 표시한다. 트래펄가는 다른 기관 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안정적으로 이기는 미시간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소폭 앞선다는 조사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 기관은 연령대별로 바이든 지지세가 확연한 젊은층 유권자에게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8%포인트 차로 이긴다는 결과를 제시했는데, 이는 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노스스타여론연구소의 존 맥헨리는 트래펄가가 조사기법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평가할 수 없다면서도 샤이 트럼프가 많이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이 여론조사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우 되려 민주당 지지층도 여론조사 전화에 덜 응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샤이 바이든` 역시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론조사 문항 설계를 둘러싼 갑론을박도 있다.
남캘리포니아대 돈사이프센터는 여론조사 때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고 직접 묻는 문항과 함께 `주변 사람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누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며 간접적으로 호불호를 묻는 문항을 같이 사용한다. 이 경우 유권자가 좀 더 편하게 의견을 밝힐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센터는 지지 후보를 직접 묻는 방식에선 바이든 후보가 전국 단위로 11%포인트 앞서지만, 간접적으로 묻는 나머지 두 방식의 경우 그 격차가 각각 5%포인트, 1%포인트로 줄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샤이 트럼프에 힘입어 승리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돈사이프센터의 조사 역시 논쟁의 대상이다. 산타페연구소의 머타 걸레식은 돈사이프센터가 전국 단위 조사 때 5천명의 표본을 활용하는데, 이 표본의 크기를 토대로 경합주 분석에 적용하기에는 표본이 적고 덜 정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돈사이프센터는 2016년 대선 때 간접 문항 방식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국 단위에서 이긴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었다. 그러나 당시 힐러리 후보는 총득표수에서 앞서 이 조사는 결과적으로 틀린 것이 됐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