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보이며 미중 갈등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무역·통상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부와 경제계의 면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미 대선의 첫 TV 토론회(29일)를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의 공약집을 분석한 결과 국내 정책은 당 성향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지만 대외 통상 이슈와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는 유사했다고 28일 밝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양당 모두 무역 협정의 외연 확대보다는 미국의 경쟁력과 이익 제고를 최고 가치로 삼고,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해외부패방지법, 공정무역 등을 추진하는 방향성이 일치했다.
민주당은 새 무역 협정 체결시 자국 노동자 보호 조항을 기반으로 할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공화당은 미국 일자리를 보호하는 공정거래법 제정을 약속했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대표 정책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등 보호무역주의가 민주당 공약에도 반영됐다.
이에 따라 지난 4년간 한국 경제가 겪은 자동차, 철강 관련 관세와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등 비관세장벽이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유지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등에 대한 미국의 압박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경련은 내다봤다.
양당은 또 다자주의에서의 미국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다만 바이든 후보 당선시 현 트럼프 정부보다 다자협력 복귀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체결 등 무역 협정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경련은 강조했다.
대(對)중국 정책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양당 모두 환율 조작, 불법 보조금 등 중국의 불공정 행위를 좌시하지 않고 미국의 일자리와 투자가 중국 등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특히 민주당은 2016년 정강에 명시했던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다는 문구를 빼고 남중국해와 홍콩 이슈를 언급하는 등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 변화를 나타냈다. 중국의 군사적 도전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기존 민주당의 온건한 대중 정책과는 상반된다는 평가다.
대중 강경파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의존 단절`을 공약으로 내걸며 미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 낮추기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중국 내 미국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해 공격적인 리쇼어링(자국 회귀) 유도 정책도 내놨다.
즉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한국 경제계는 계속 긴장 상태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경련의 전망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2017년 촉발된 미중 무역 분쟁과 미국의 강화된 수입규제 조치로 직·간접 피해를 봤다. 한국은행은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작년 성장률 하락 폭이 0.4%포인트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편 대북정책에서는 양당이 입장차를 보였다. 공화당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와 북한 정권의 위협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강조했던 2016년과는 달리 올해는 북한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은 "인도주의적 원조는 지지하되 북한의 인권유린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공화당은 "동맹국이 공정한 몫을 지불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명시했지만,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훼손한 동맹을 재건할 것"이라고 밝혀 국가 간 동맹 이슈에 대해서도 차이를 보였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정도와 방법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누가 당선되든 미국 우선주의와 미중 분쟁이 지속할 것은 자명하고 이는 한국경제에 적신호"라며 "정부와 경제계가 함께 불확실한 통상 환경에 대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11월 미국상공회의소와 제32차 한미재계회의를 여는 등 양국 민간 경제계 간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