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말 기분이 좋아요.”
“호주에 갇혀있던 딸아이가 돌아왔어요.”
2월에 공부를 끝낸 딸아이가 발이 묶여 지난 6개월 동안 노심초사하던 라오스 고위관료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 각 국에 꼼짝 못하고 머물러 있던 많은 라오스 사람들이 최근 가족 품에 돌아왔다.
코로나는 세상길을 모두 막아놓았고, 우린 생이별을 감내해야 했다.
이웃 태국 및 베트남 등 모든 동남아시아 국가는 국경을 꽁꽁 닫아놓고, 전쟁을 치르듯 코로나 방역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 이곳 라오스에서 갈 수 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딱 한 나라만 예외다.
유일하게 하늘 길이 열린 그 한 나라....그게 바로 대한민국이다.
사방이 막혀있는 라오스가 지구상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탈출구....
동남아 관문인 태국 방콕도 혈연동맹인 베트남 하노이도 아닌,
오로지 대한민국 인천을 통해서만 라오스는 세상과 마주할 수 있다.
미국 사람도, 프랑스 사람도, 뉴질랜드 사람도....
그리고 라오스 사람도 한국을 통해서만 세상과 닿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파견지 근무를 마치거나 귀국길에 오르는 많은 외국인들이
8월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7월 라오스 입국자 중 코로나 확진자 한 명이 나오자, 라오스 정부 당국은 바싹 움츠러들었고 비행기 운항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운항일자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는데도 확정이 되지 않아 모두들 초조해 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동안에도
더 가슴조이며 애간장이 타는 곳이 있었다.
라오스 한국대사관 직원은 라오스 코로나 긴급대응위원회에 수십차례 전화을 걸어 설득을 시도했으나, 답이 없었다. 밤중에도 직접 찾아가 한국의 방역 수준을 설명하고 밤 새어 입증 자료를 만들어 제시하기도 했다. 또 친분까지 내세워 얼마나 중요한지 집요하게 공을 들였다.
출국 3일을 앞두고 겨우 운항 허가가 떨어졌다.
피곤에 지쳐 쉬어야 할 주말인데도, 비행기 운항이 주로 주말이라 모두 공항에 나가야한다. 출국자를 일일이 체크하고, 코로나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비상상황에 마음 놓을 곳이 없다. 아침에 도착해서 벌써 저녁시간이 되었다. 먹을 것도 마땅히 없지만 허기도 느낄 시간도 없다. 활주로보다 긴 거리를 온종일 뛰어다니다 보니 종아리에서 쥐가 난다.
아이러니 하지만 코로나 위기 속에 대한민국의 국격이 높아졌음을 실감한다.
`K-방역`이라는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가 `K-Pop`만큼이나 먼 이국 생활에서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큰 위안거리가 되었다. 현지 파견 직원들과 소주 한잔이라도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당당하게 내뱉던 말....대단한 대한민국!!
라오스 하늘에 비행기를 보면 마치 국적기처럼 생각이 들 정도다. 이 모든 기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공이 있었던가?
우리는 그냥 비행기를 타고
또 늦어진다고 불평도 하지만
전세기 한 대가 그냥 뜨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 뒤에 피와 땀을 쏟아내는 많은 사람들의 소리 없는 노력이 있다.
다음 달이면 추석 명절이 다가온다.
고향이 그리워 비행기가 뜨나 귀가 기울어진다.
그런데 최근 국내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여의치 않아 어찌 될 지 몰라 또 마음을 졸이고 있다.
대한민국의 이름이 다시 한 번 기적이 되게 하기를....
명품은 그냥 비싼 게 아니다.
명품은 위기에서도 빛나는 것이다.
명품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웅비하기를 꿈꿔 본다.
칼럼: 황의천 라오스증권거래소 C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