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마련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기부양 법안에 난데없이 연방수사국(FBI) 건물 신축을 위한 거액의 자금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워싱턴DC에 있는 FBI본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호텔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있다. 그 자리가 비면 경쟁 호텔이 들어설까 봐 트럼프 대통령이 교외 이전 대신 같은 자리의 신축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공화당과 트럼프 행정부가 마련한 코로나19 경기부양안에는 17억5천만 달러(한화 약 2조1천억원)의 FBI본부 건축예산이 포함됐다.
워싱턴DC에 있는 FBI본부의 설계와 건축을 위한 자금인데 코로나19 대응방안과의 직접적 연관성을 떠올리기 어려워 논란을 불렀다.
공화당 의원들마저 잇따라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취재진의 질문에 "모른다. 말이 안되는 것 같다"면서 법안에서 해당 부분을 들어내고 싶다고 했다.
공화당 존 바라소 상원의원도 "코로나19와 관련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같은 당 릭 스콧 상원의원 역시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공화당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마저 전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처음엔 법안에 FBI 건축비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다 실제로 포함됐다는 지적을 받자 백악관에 물어보라는 식으로 피해갔다.
초대 국장의 이름을 따 존 에드거 후버 빌딩으로 불리는 워싱턴DC의 FBI본부 건물은 원래 교외로의 이전이 추진돼 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교외 이전 대신 지금의 자리를 유지하는 쪽을 선호해왔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민주당에서는 FBI본부가 트럼프 호텔과 길 하나만 건너면 되는 지근거리에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FBI본부가 교외로 나가버리면 빈자리에 새 호텔이 들어와 자신의 호텔과 경쟁할 수 있다는 걸 트럼프 대통령이 우려한다는 것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의 회사 내에서 FBI건물 이전으로 트럼프 호텔 지척에 경쟁 호텔이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최종 법안에서 FBI 건축자금이 빠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게리 코놀리 하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코로나19로 15만명의 미국인이 죽고 수백만 명이 실업자가 됐는데 매코널 원내대표와 트럼프는 트럼프 호텔을 지키는 데 더 관심이 있다.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