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소극적인 대응으로 세금을 낭비하는 공적 기금 규모가 적지 않습니다.
선진국 자본시장에서는 이런 공백을 대학을 위시한 사적 기금이 채워주고 있는데요. 미국 예일대 기금이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한국에서도 가능한 얘길까요? 방서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36조원 넘는 자금을 굴리고 있는 예일대 기금.
최근 20년 간 연평균 11%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미국 주식시장보다 높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처럼 탁월한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데이비드 스웬슨 최고투자책임자(CIO)의 공이 큽니다.
리먼브러더스를 비롯한 대형 투자회사에서 일하다 지난 1985년 예일대 기금 운용을 맡은 그는 소위 '예일 모델' 전략으로 기금 규모를 30배 넘게 불렸습니다.
주식 비중을 늘리고 원자재, 이머징마켓,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 5~6개 투자처에 자산을 배분해 수익이 나면 비중을 줄여 다른 곳으로 옮기는 적극적인 운용이 그 비결입니다.
자본시장에 자금을 투입해 시장 활성화에 일조하고, 높은 수익을 거둬 대학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는 셈.
등록금 동결이 지속되고 기부금 문화가 선진국에 비해 활발하지 않은 국내 대학에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선순환 구조이지만,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사립대학 법인이 보유한 수익용 기본재산은 약 10조원 가량으로, 이 가운데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7% 정도에 불과합니다.
현행법상 대학기금의 50% 내에서만 주식이나 채권, 펀드 등의 투자가 가능한데다, 그 마저도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규모가 큰 대학은 사정이 나은 편.
현재 1조원 넘는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는 포항공대의 경우, 운용사 위탁 운용을 통해 예금이나 채권 투자에 그치지 않고 주식과 대체투자 등을 통한 중위험·중수익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포항공대 관계자에 따르면 주식에서는 배당으로만 연 2~4%, 대체투자에서는 연 5~6%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거금을 들여 데이비드 스웬슨 같은 전문가를 고용하기에는 세간의 눈치가 보일 뿐더러 주머니에 여유는 더더욱 없는 국내 대학에서 포항공대 같은 성과를 기대하긴 사실상 어렵습니다.
국내 대형 사립대학 일부를 제외하면 기금운용 관련 조직은 사실상 전무한데다, 이제야 운용사에 조금씩 자금을 맡기는 학교들이 생겨났지만 그마저도 보수적인 투자 지침과 낮은 보수 탓에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는 전언입니다.
<인터뷰> 윤정선 / 국민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운용사 위탁을) 하려고 하는 기금이 조금씩 조금씩 생겨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운용사간) 가격 경쟁을 유도해 수수료를 낮게 책정하는 방식이 채택되고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수가 낮으면) 아무래도 서비스의 질을 보장하기는 힘들겠죠."
아예 대학들의 기금을 모아 대규모 풀을 만들어 전문적인 운용사에 맡기는 방법도 거론됩니다.
현재로선 중소형 연기금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출범한 민간 연기금 투자풀에 대학 기금을 유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데,
이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연기금 투자풀 참여 대학에는 기관 평가시 인센티브를 주는 등 부처 간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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