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지난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앞 `성경 이벤트`를 위해 동행한 것과 관련, `실수`였다고 후회하며 `공개 반성문`을 썼다.
군의 정치적 중립성 위배 소지를 들어 공개적으로 사과하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형식이었지만,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일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시위진압을 위한 군 동원 방침에 반기를 든 데 이어 사실상 제2의 `항명 사태`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밀리 합참의장은 11일 화상으로 진행된 국방대학교 졸업식 영상 메시지 말미에 "모든 군 지도자들이 자신의 말과 행동을 사람들이 면밀하게 지켜본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나 역시 그로부터 면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 중 상당수가 라파예트 광장에 있던 내 사진이 초래한 결과를 보았듯, 그것은 시민 사회 내 군의 역할에 대한 국가적 논쟁에 불을 댕겼다"며 "나는 그곳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잘못을 인정하며 공개로 사과했다.
그러면서 "그 순간, 그러한 환경에서 내가 있었던 것은 군이 국내 정치에 개입한다는 인식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제복을 입은 군 당국자로서 실수로부터 배웠다면서 우리 모두 이로부터 배우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상황인식에 대한 예리한 감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자신은 그렇지 못했다고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흑인 사망` 시위 사태 진압을 위한 군 동원 방침을 밝힌 직후 경찰이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공원에서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던 사람들을 최루탄 등으로 강제 해산시키며 터준 길을 가로질러 세인트존스 교회를 방문, 성경을 들고 서 있는 이벤트를 연출한 것으로 엄청난 역풍에 직면했다. 에스퍼 장관과 밀리 합참의장도 교회 방문에 동행했다.
밀리 합참의장의 영상 메시지는 미리 녹화된 것이라고 미언론이 보도했다. 그만큼 `작심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밀리 합참의장이 `성경 이벤트` 동행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언론은 국방부의 최고위 장군이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밀리 합참의장은 "우리는 우리 공화국의 본질에 깊이 뿌리박힌 `비정치적인 군`의 원칙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며 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강조한 뒤 "이는 쉽지 않다.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지만 모든 이들이 날마다 이행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밀리 합참의장은 또한 백인 경찰의 가혹한 폭력에 희생된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분노를 표출, "플로이드 죽음에 이은 저항이 그의 죽음에 관해 이야기해줬을 뿐 아니라 흑인에 대한 수 세기간의 불평등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며 흑인 군 장성 비율이 7에 그치는 점 등을 들어 군 지도자들에게 평등 향상 방안을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와 달리 실제로는 연방군이 시위 진압에 동원되지 않은 데 대해 "우리는 폭력을 진압하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주 방위군과 법 집행관들의 공동 노력의 결과로 미국 거리에 연방군을 투입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밀리 합참의장의 이날 `공개 반성문`은 지난 3일 공개비판을 가한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을 비롯, 여러 군 당국 고위 관계자 출신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시위 대응에 대해 반발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고 WP가 전했다.
NYT는 밀리 합참의장의 이날 발언을 두고 "백악관의 분노를 사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 댈러스를 방문하기 위해 백악관을 나서면서 평소와 달리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떠났다.
한편 에스퍼 장관과 밀리 합참의장은 전날 민주당 소속의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의 질문에 대한 답변 형태로 보낸 서한에서 밀리 합참의장이 시위 사태 통제를 책임지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앞선 설명과 달리 그렇지 않다면서 "합참의장의 역할은 대통령에게 최상의 군 관련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