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사이에 국가채무가 100조원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에 상당한 하방압력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가 이르면 2~3년 안에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위 4번째인 `AA-(안정적)`로 부여하고 있다.
4일 국제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부터 우리나라의 재정 부문을 지속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 "부채비율 2023년 46%까지 상승하면 국가신용등급 하방압력"
피치는 지난 2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2023년 46%까지 상승할 경우 중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우리나라는 어쩔 수 없이 `빚`을 내 경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이날 국회에 제출하는 3차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하면 올해 늘어나는 국가채무만 99조4천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피치가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으며 여름에 발표하는 정기 신용등급 평정에서 유의미한 의견을 담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피치는 기획재정부에 우리나라 재정 관련 우려를 지속해서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무가 불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다.
지난해 말 기준 37.1%였던 국가채무비율은 3차 추경이 마무리되면 43.5%로 6%포인트 넘게 상승할 전망이다. 피치가 지난 2월에 경고했던 46% 수준에 2~3%포인트 차이로 근접하게 된다.
● "최근 5년간 국가채무 10%p 상승...신용등급 유지 어려운 수준"
신용평가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5년간 국가채무비율 흐름을 보면 1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는데, 신용등급을 유지하기에 너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정부가 제시한 올해 우리나라의 채무비율 전망치는 39.8%였다. 3차 추경까지 마친 채무비율 43.5%와 3.7%포인트 차이다.
이를 토대로 국가재정운용계획상 2023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 46.4%로 추산하면 우리나라의 채무비율은 50%를 돌파하게 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채무비율이 50%에 육박하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은 1단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당장은 채무비율 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내년, 내후년 등 앞으로도 부채 증가속도가 빠르게 유지된다면 하향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 문재인 대통령, `전시재정` 강조...내년에도 확장적 재정정책
그러나 내년에도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시재정`을 거론하면서 과감한 재정편성을 주문한 바 있다. 따라서 피치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건 시기의 문제이지 기정사실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피치가 선제로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면 다른 평가사들도 바로 뒤따라갈 가능성이 크다"며 "기재부 입장에서는 비공식적으로 피치와 논의해 한국의 사정을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낮추려면 올해 확장재정이 일시적이어야 하고, 장기적으로 부채증가 속도가 높지 않아야 하는 계획을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안 교수는 "정부에서는 재정을 통해 성장률을 견인해 채무비율 증가를 막는다는 생각인데, 과거 2년 동안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재정승수가 1도 안 되는 만큼 재정 효율성을 높이도록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