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게이츠 재단과 손잡고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해 감염병 확산을 막을 솔루션을 연내 개발한다.
올해 10월께 독감 자가진단 앱을 개발할 예정이며, 연구진은 솔루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앱에 이어 감염병 확산 예측 모델이 개발되면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이 발발했을 때 국내외에 언제 어떻게 퍼질지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KT에 따르면 KT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와 그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가 설립한 비영리 단체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지난달 계약을 맺고 감염병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다.
KT와 게이츠 재단은 3년에 걸쳐 3단계의 감염병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했다. KT와 게이츠 재단이 60억원씩 총 120억원을 펀드 형식으로 투자한다.
3단계 솔루션은 `독감 유사 증상 자가진단 앱`, `인공지능 기반 감염병 조기진단 알고리즘`, `감염병 확산 경로 예측 모델` 등이다.
먼저 올해 10월께 독감 유사 증상 자가진단 앱이 개발되면, 이용자는 기침·발열 등 자기 증상을 앱에 입력해 일반 감기인지 독감인지를 진단받을 수 있게 된다.
KT는 앱과 함께 사물인터넷(IoT) 체온계도 보급할 계획이다. 체온계를 소지한 이용자는 더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다.
감염병 조기진단 알고리즘과 확산 경로 예측 모델도 연내 개발된다. 자가진단 앱을 통해 데이터가 축적되면 알고리즘과 예측 모델의 정확도도 함께 높아질 전망이다.
KT와 게이츠 재단은 연구 대상 질병을 독감에서 코로나19로 확장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연구 논의를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한 탓에 연구 대상을 가장 보편적인 질병인 독감으로 정했던 것"이라며 "솔루션을 코로나19에도 활용할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의 최종 목표는 국내외 감염병 확산 경로를 예측할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모델이 개발 완료되면 서울의 한 지역에서 감염병이 확산했을 때 감염병이 그다음에 어느 도시·지역으로 확산할지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KT 관계자는 "KT가 가진 통신 데이터로 출퇴근 등에 따른 연령별·지역별 인구 이동 패턴을 볼 수 있다"면서 "이런 데이터를 묶는 작업을 하면 감염병 이동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델이 고도화하면 앞으로 해외 국가에서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발발했을 때 이 감염병이 우리나라에 유입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유입된다면 얼마나 빠르게 유입될지 등까지 내다볼 수 있게 된다.
KT 관계자는 "게이츠 재단은 KT와 개발한 모델을 저개발 국가에 보급할 구상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게이츠 재단이 감염병 조기 진단 및 예측 모델 개발을 위해 통신사와 손을 잡은 것은 현재까지 KT와의 연구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게이츠 재단이 KT에 연구 투자 `러브콜`을 보낸 배경에는 KT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국내외에 구축한 `글로벌 감염병 확산 방지 플랫폼`(GEPP·Global Epidemic Prevention Platform)이 있다는 후문이다.
KT는 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자의 통신 데이터를 역학조사에 활용하자고 정부에 제안했고, 이후 질병관리본부 등과 협력해 감염병 발생 지역 여행자의 로밍 데이터를 검역에 활용하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이후 빅데이터를 감염병 확산 방지에 활용하는 프로젝트인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리드 컴퍼니(LEAD Company)`에 가입했고, 세계경제포럼(WEF)에서 GEPP 성과를 공유하는 등 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확산 방지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