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물량 부족으로 지역마다 아우성인 인공호흡기 생산을 위해 결국 한국전쟁 시절 만들어진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를 위해 발동을 공언하고도 이행은 미뤄오다가 미국이 감염규모 전세계 1위로 올라선 다음날 결국 발동에 나선 것이다. 타깃은 눈엣가시로 여겨오던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로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GM이 인공호흡기를 위한 연방 차원의 계약을 수용하고 이행하고 우선순위에 놓게 요구하는 모든 권한을 보건복지부가 이용하도록 지시하는 결정문에 오늘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산소호흡기 공급 능력과 관련한 GM과의 협상은 생산적이었으나 주고받기 식으로 통상적인 계약 절차를 따르기엔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너무 시급했다"면서 "GM은 시간을 낭비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의 조치는 미국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산소호흡기의 신속한 생산을 돕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후 2조2천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 서명식에서 산소호흡기 수천개가 생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산소호흡기가 부족하다는 뉴욕주와 미시간주 등의 아우성 속에 GM을 국방물자생산법 발동 대상으로 콕 집은 데는 GM에 대한 그간의 불만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경합주이자 `러스트벨트`로 불리는 쇠락한 공장지대 오하이오주에서 GM이 공장 폐쇄 방침을 밝히자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를 맹비난하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로이터통신도 GM이 또다른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와 함께 산소호흡기 확보를 위한 정치적 전쟁에 끌려들어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윗을 통해 GM과 포드를 겨냥, 인공호흡기를 빨리 생산하라면서 국방물자생산법을 동원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그는 트윗에서 "GM은 멍청하게도 폐쇄한 오하이오주 공장이나 다른 공장을 즉시 가동해야 한다"며 강조의 의미인 대문자로 "지금 당장 인공호흡기 생산을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포드에 대해서도 "인공호흡기 생산을 계속하라, 빨리"라고 적은 뒤 비상 상황시 민간 기업에 의료물자 생산을 명령할 수 있는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두 기업에 대해 발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이후 GM은 인공호흡기 제조업체와 협력, 인디애나주 코코모의 공장에 1천명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GM은 4월부터 1만개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며 그 이상을 생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드 역시 이번주초 인공호흡기 제조업체와 함께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