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유사한 변이가 있어, 인간 세포와 결합하는 능력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바이러스보다 최대 1천배 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7일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롼지서우(阮吉壽) 교수가 이끄는 톈진(天津) 난카이(南開)대 연구팀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논문을 중국과학원 과학기술논문 예비발표 플랫폼(Chinaxiv.org)에 게재했다.
이 플랫폼에는 피어리뷰를 거치기 전 단계의 논문들이 사전발표되는데, 지난 14일 발표된 이 논문은 해당 플랫폼에서 최다 열람 횟수를 기록 중이라는 것이다.
기존 연구 등에 따르면 사스는 바이러스가 인체의 바이러스 수용체 단백질인 ACE2와 결합하면서 발생하는데, 사스와 유전자 구조가 80% 유사한 코로나19도 비슷한 경로를 따를 것으로 추정됐다.
2003년 사스 확산이 제한된 것은 부분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ACE2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HIV나 에볼라 등의 바이러스는 인체에서 단백질 활성제 역할을 하는 `퓨린` 효소를 공격목표로 한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게놈(genome·유전체) 서열에서는 사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HIV나 에볼라와 유사한 유전체 변이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연구결과는 코로나19의 감염 경로가 사스와 명확히 다를 것임을 시사한다"면서 "코로나19는 HIV의 결합 메커니즘을 쓸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숙주세포에 붙는데, 일반적으로 이 단백질은 비활성 상태다. 다수의 단백질은 생성 당시 비활성이나 휴면상태이며, 활성화를 위해서는 특정 지점에 대한 `절단`이 필요하다.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를 통해 스파이크 단백질에 `분할지점`(cleavage site) 구조를 생성할 수 있다. 이는 사스에서는 관찰되지 않는 것이다.
이 분할지점 때문에 `퓨린`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절단`해 활성화시키고, 바이러스와 세포막이 `직접 결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변이로 바이러스가 세포로 감염되는 효율성이 증가할지 모른다. 이로 인해 코로나19가 사스보다 명백히 강한 전파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러한 결합방식을 쓰면 "사스보다 100배에서 1천배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SCMP는 이 논문내용이 화중과기대학 리화 교수 연구팀의 후속 연구에 의해서도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변이는 사스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은 물론 코로나19와 유전적으로 96% 유사해 코로나19의 전염원으로 추정되는 박쥐 코로나바이러스(Bat-CoVRaTG13)에서도 관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 교수는 퓨린 효소를 타깃으로 한 HIV치료제 등의 약물이 인체 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과학원 소속 베이징(北京) 미생물연구소의 한 연구진은 관련 연구들에 대해 "모두 유전자 서열에 근거한 것"이라면서 "바이러스가 예상처럼 움직일지는 실험 등 다른 증거가 필요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3D 원자 지도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