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약간 꿈같은 느낌이다. 아내가 특별한 팬이다"라며 봉준호 기생충 감독에게 인사를 건넸다. 봉 감독은 "축전 보내주신 것 잘 받았다"며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20일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영화 기생충 제작진과 출연진을 청와대로 초청해 아카데미 4관왕 수상 축하와 감사의 뜻을 전하며 오찬을 함께 했다.
문 대통령과 영화 기생충 팀의 만남은 이날 오전 11시 50분 청와대 충무전실에서의 환담으로 시작돼 인왕실에서의 오찬까지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행사에는 봉준호 감독과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장영환 프로듀서 등 제작진과 송강호, 이정은, 박소담, 최우식, 이선균, 조여정 등 배우들이 참석했다.
모두발언에 나선 문 대통령은 "아마 축하 인사를 수도 없이 들었을 텐데 대통령의 축하 인사도 특별하지 않다"며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영화 100년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었다는 것도 아주 자랑스럽고, 또 오스카의 역사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쓰게 만들었다라는 사실이 아주 자랑스럽다"고 격려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아주 큰 자부심이 됐고 많은 용기를 줬다"며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기생충이 보여준 사회의식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진지한 얘기도 꺼냈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만의 문제는 아니고 전세계적인 문제이긴 합니다만 불평등이 하도 견고해져서 마치 새로운 계급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또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최고의 국정목표로 삼고 있는데 반대도 많이 있기도 하고 속시원하게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매우 애가 탄다"고도 털어놨다.
이어 영화 유통구조의 불평등을 언급하며 "스크린 독과점 이런 것을 막을 수 있는 스크린 상한제 이런 것이 빨리 도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오찬에는 준비한 메뉴 외에도 영화에서 화제가 된 짜파구리도 포함됐다. 문 대통령이 "제 아내가 우리 봉준호 감독님을 비롯해서 여러분들에게 헌정하는 짜파구리"라고 소개하자 웃음과 박수가 쏟아졌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마이크를 건네 받은 봉준호 감독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며 말을 이었다.
봉 감독은 "저나 송강호 선배님이나 최우식 씨 다 이렇게 스피치라면 다 한 스피치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인데"라며 대통령의 말솜씨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이어 "작년 깐느에서부터 한국과 프랑스와 여러나라 개봉을 거쳐서 아카데미, 오스카를 거쳐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며 "영광스럽게 청와대에서 대장정을 마무리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후 배우 송강호 씨는 "두 분의 멋진 말씀을 듣다보니까 저도 말씀을 잘 드려야 된다는 강박이 생기는데"라며 편안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송 씨는 "음식이라는 것이 특히 우리 민족에게는 참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냥 먹거리가 아니다"라며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서 이렇게 대장정의 마무리를 짓는다라는 것이 특별하지 않나"라고 감사함을 표현했다.
한편 오찬 행사에 앞서 열린 환담에는 봉준호 감독의 대학 동문으로 마침 청와대에 근무하고 있는 육성철 사회조정비서관실 행정관도 참석했다.
봉 감독은 "제가 충무로에서 연출부 할 때 (육 행정관이) 쌀도 한포대 갖다주고 그랬다"며 인연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