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들 피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OK
설 연휴기간 주요 카페들이 취준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학원도 쉬거니와 주요 국공립 도서관들도 문을 닫아 공부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주요 대기업들의 상반기 공채를 앞두고 마음이 더욱 바빠진 이들에게 명절 연휴는 밀린 공부나 취업 준비를 하기에 더없이 좋다.
“왜 아직 취직 안하니” 묻는 친척들에게 일일이 대답할 필요도 없다. 가족들이 많이 모이는 때면 `카페`가 취준생들에게는 일종의 해방구인 셈이다.
설날 한 카페에서 만난 한 취업준비생은 "큰 집인 우리집에 친척들이 많이 모였는데 어른들께서 속상한 질문을 많이 해서 인·적성 시험 공부도 할 겸 밖에 나왔다"며 "어제 오늘 카페모카만 3잔째인데 달콤한 음료를 마시면서 공부하니 그나마 스트레스를 더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학원에서 마련한 ‘명절 대피소’도 취업준비생들이 붐비긴 마찬가지. 대피공간을 제공해 주는 것은 물론 간식, 음료 등 비상식량(?)까지 제공한다.
이뿐인가. 인터넷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강의권을 배포하는 학원들도 있다.
어쩌다가 설날이 2030세대 취업준비생들에게 마냥 피하고 싶은 날이 되어버렸을까.
◆ "앞으로 계획이 뭐니?"…"아무 것도 묻지마세요!"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20세 이상 성인남여 3390명을 대상으로 ‘설날계획’을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설 명절 가족 및 친인척들로부터 절대로 듣고 싶지 않은 말로는 ‘앞으로 계획이 뭐니?(29.1%)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취업은 언제쯤 할거니?(26.6%) ▲나 때는 말이다(25.8%)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지(23.8%) ▲어서 결혼·출산해야지(21.9%) ▲애인은 있니?(18.1%) ▲너희 회사(학교) 전망은 어떠니?(17.6%)가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누구 집 아무개는‘ 등 다른집과의 자랑비교(16.4%), ’돈은 좀 모았니?(13.8%), 살이 너무 쪘구나 말랐구나(13.8%), 연봉은 얼마나 받니?(10.2%)등도 설연휴에 듣고 싶지 않은 말로 꼽혔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10명 중 6명(59.1%)는 오롯이 나혼자서만 설 연휴를 보내고 싶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가족들의 관심과 말 한 마디 한마디가 취업준비생에게는 그저 부담스러울 뿐이다.
◆ 최악의 청년 실업률, 나아질 기미 안보여
지난달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5~29세 청년실업률을 8.9%로 전년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2013년(8%)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20대 후반(25~29세) 실업률은 8.0%로 전년대비 0.8%포인트 낮아졌다.
하지만 청년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는 지난해 22.9%로 2015년 집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사실상 청년 5명 중 1명 이상이 실업을 겪고 있는 셈이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 13일 발표한 OECD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국 전체 실업자에서 25∼29세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1.6%로, 36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2위는 덴마크(19.4%), 3위는 멕시코(18.2%), 미국은 이보다 낮은 13.0%, 일본은 12.6%, 독일은 13.3%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20대 후반은 7.8%에 불과하지만, 실업자 다섯명 중 한 명은 20대 후반일 정도로 이들에게 집중돼 있는 것.
문제는 청년 취업난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데 주요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다.
지난달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세전 소득은 501만원으로 2017년(488만원)보다 13만원(2.7%) 올랐다.
중소기업은 전년(223만원)보다 8만원(3.7%) 오른 231만원으로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2.2배로 나타났다.
특히 2017년 265만원이던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 격차는 2018년 270만원으로 1년 새 5만원이 더 벌어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기업들이 신규 채용보다 경력 위주의 채용을 더 선호하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여력은 줄어들고 신산업 마저 제대로 육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청년 채용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