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없이 머리에 빛을 비추는 방법만으로 기억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사회성연구단 허원도 초빙연구위원, 신희섭 단장, 이상규 연구위원 연구팀은 빛으로 뇌세포 속 칼슘 농도를 조절함으로써 공간 기억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칼슘은 세포 이동과 분열, 유전자 발현, 신경전달물질 분비, 항상성 유지 등 거의 모든 생명 현상에 관여한다. 세포 내 칼슘이 부족하면 인지 장애, 심장 부정맥 등 다양한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2015년 9월 학술지에 발표한 세포에 빛을 비춰 세포 내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 `옵토스팀원`(OptoSTIM1)을 발전시킨 것이다.
옵토스팀원은 쥐 머리에 청색 빛을 쬐어줘 세포의 칼슘 통로를 열도록 해 세포 내로 칼슘을 유입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빛으로 인해 광수용체 단백질 여러 개가 결합하면서 칼슘 통로를 열게 된다.
이 기술을 이용하려면 빛을 뇌 조직으로 전달하기 위해 생체 내에 광섬유를 삽입해야 한다. 광섬유 삽입은 생체 조직 손상과 면역력 약화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광수용체 단백질의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방법으로 빛에 대한 민감도를 크게 높여 광섬유가 필요 없는 `몬스팀원`(monSTIM1)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몬스팀원 기술을 이용해 살아있는 쥐 뇌세포의 칼슘 농도를 높인 뒤 기억력 실험을 진행했다.
연계시키는 실험으로 측정한다. 이런 경험을 한 쥐는 같은 공간에 들어가면 전기 충격이 없어도 공포감 때문에 동작을 멈추게 된다.
실험 결과 몬스팀원 기술을 적용한 실험군 쥐는 대조군 쥐에 비해 공포감 때문에 움직임이 거의 없는 모습이 관찰됐다.
수술 없이 살아있는 쥐 머리에 손전등 강도의 빛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뇌세포 내 칼슘 농도가 중가하고 공간 기억 능력이 향상된 것이다.
허원도 교수는 "빛 만으로 뇌를 손상시키지 않고 비침습적으로 뇌세포 속 칼슘 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며 "뇌세포 칼슘 연구, 뇌인지 과학 연구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지난 10일 자 온라인 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