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오늘(7일)도 출근을 못했다. 3일째다. 지난 2일 임명됐지만 기업은행 노조가 낙하산 인사라며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윤 행장은 지난 3일 첫 출근이 막힌 자리에서 "(노조가)저를 함량 미달의 낙하산이라고 말했으나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은행장)자격이 충분하다"며 윤 행장을 적극 옹호했다. 노조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윤 행장 취임은 기정사실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청와대는 물론 전 금융을 총괄하는 금융위가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 은-윤, 다른 듯 같은 길
청와대 경제수석에서 자리를 옮긴 윤종원 기업은행장. 그는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IMF 상임이사, OECD 특명전권대사 등을 맡으면서 거시경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윤 행장이 청와대를 나왔을 당시 정부 고위직으로 돌아갈 것이란 얘기가 많았지만 최종 행선지는 기업은행이었다. 기업은행장은 국책은행으로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은 위원장은 지난 3일 "내가 제청을 했고 적합성 여부는 그 분의 전체 이력을 보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은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 IRBD 상임이사, 한국투자공사 사장,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을 역임했다. 국제금융 전문가로 통한다. 은 위원장과 윤 행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80학번 동기이자 행시 27회 동기다. 동기애가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둘은 대학에서 만나 공무원으로, 정부 관료를 함께 거쳤다. 60세를 넘겨 금융당국 수장과 시중은행장으로 다시 만났다.
# "낙하산 논란도 똑같아"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노조의 낙하산 인사 반발로 출근을 못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가 윤 행장 출근을 막는 이유는 앞선 3차례 내부 은행장 전통이 이번에 깨질 경우 외부에서 언제든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공정`과 `정의`를 앞세워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이기에 더욱 그렇다. 2013년 민주당은 야당 시절 기업은행장에 기재부 관료가 내정됐을 때 "관치는 독극물"이라고 지적했지만, 이번 인사에선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윤 행장은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고 줄곧 항변하고 있다. 은 위원장은 "윤 행장이 외부에서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장)자격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특이할 만한 점은 불과 2년 전인 2017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을 임명했을 당시 노조가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해 출근을 못했다. 임명 5일 뒤에 취임식을 가졌다. 은 위원장과 윤 행장 둘은 동기지만 `낙하산 선배와 후배`라는 별칭이 생긴 셈이다.
# 윤 취임 `시기의 문제`
기업은행 본점 출근이 막힌 윤 행장은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한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그는 노조의 반발에도 본점 출근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오는 4월 총선까지 출근저지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금융업계는 윤 행장 취임을 두고 시기의 문제라고 내다보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고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이상 취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윤 행장을 추천한 은 위원장 역할이 적지 않다. 장관(급)이 국책은행장을 추천해 청와대가 임명한 상황인 만큼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경우 자리를 보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해당은행 노조와 상급단체는 물론 낙하산 인사를 바라보는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때문에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취임하더라도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