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검찰이 닛산(日産)자동차의 카를로스 곤 회장(64)을 전격적으로 체포한 과정에서 회사측과 검찰 사이의 `플리 바게닝(사법거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배경이 주목된다.
닛산자동차측은 내부 고발을 받고 자체 조사를 진행해 검찰과 함께 `허위 보수` 문제로는 이례적으로 자사의 수장 비리를 밝혀냈다. 일각에서는 르노측 프랑스 경영진과 일본 경영진 사이 불협화음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NHK 등에 따르면 닛산자동차의 유가증권 보고서에 기록된 곤 회장의 보수는 2014~2016년 사이 10억 엔(100억 원)을 넘는 정도였지만 이듬해인 2017년도에 7억3500만 엔으로 줄었다.
2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 보고서에 자신의 임원 보수를 실제보다 축소 기재한 혐의(금융상품거래법 위반)로 곤 회장을 체포한 도쿄지검은 수사 과정에서 닛산자동차측과 일본판 플리 바기닝을 했다.
지난 6월 도입된 이 제도는 용의자나 피고가 다른 사람의 범죄를 알려주는 등 수사에 협조하면 검찰이 기소하지 않거나 구형량을 줄여주는 제도로, 부패, 탈세, 짬짜미 등 경제 사건, 약물이나 총기 사건이 적용 대상이다.
해당 제도와 관련해서는 경제 범죄 수사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와 원한이 있는 자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왔었다.
닛산자동차측은 내부 고발자가 의혹을 제기한 뒤 수개월 동안 자체 조사를 진행해 부정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대표이사 사장은 전날 곤 회장의 체포 사실이 밝혀진 후 곧장 기자회견을 열고 "강한 분노와 낙담을 느끼고 있다"고 곤 회장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닛산자동차측은 곤 회장을 2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해임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닛산자동차측의 내부 조사와 검찰 수사 경위 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이번 사건에 일본측 경영진과 곤 회장 사이의 갈등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곤 회장은 르노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닛산자동차와 미쓰비시자동차의 회장을 맡고 있는데, 프랑스 정부는 르노의 주식 15.01%를 가지고 있는 최대 주주다.
요미우리는 권력이 곤 회장에게 집중되면서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했다며 특히 곤 회장이 2015년 프랑스 정부의 의향을 받아들여 르노와 닛산의 완전한 경영 통합을 추진한 것에 대해 사이카와 사장측이 강하게 경계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곤 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보수 축소 기재, 사적 투자, 경비 유용 등 3가지로 이 중 보수 축소 기재가 핵심 혐의다. 일본에서는 분식 회계를 위해 보수 허위 기재를 한 사실이 여럿 적발됐지만, 체포까지 이어진 것은 드물었다.
일본 언론들은 20일자 지면에 곤 회장의 체포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하며 곤 사장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요미우리는 곤 회장이 공장 폐쇄, 인원 축소, 부품 조달 비용 20% 삭감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와중에서도 보수 축소로 이득을 챙겼다는 점을 부각했다.
요미우리는 "배신당했다"는 사원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장기 군림`으로 불만이 많았다는 닛산 내 분위기를 소개하며 기사의 제목을 `변절한 카리스마`라고 달았다.
지난 19년간 닛산을 이끌며 `재건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곤 회장이 전격 체포되면서 전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닛산자동차의 주가가 전날 8% 이상 하락했다.
같은날 파리 주식 시장의 르노 주가도 한때 13%까지 급락했으며 도쿄 증권거래소에서도 닛산자동차 주식이 이날 오전 한때 7%까지 떨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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