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을 방문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은 13일(현지시각)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다.
정 의장과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도 아스타나의 대통령궁에서 약 35분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카자흐스탄은 1991년 12월 독립 당시 미국·러시아·영국에 이은 세계 4대 핵무기 보유국이었으나, 핵무기를 포기하고 선진국의 원조를 발판으로 경제개발에 나서는 길을 선택한 바 있다.
남북 대화국면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이뤄진 면담인 만큼, 두 사람 대화의 주요 주제는 `비핵화`였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남북관계 개선에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 북한이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긍정적 신호로 보인다"며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했다.
이에 정 의장은 "올림픽 성공을 축하해줘서 감사하다"며 "이번 남북대화 시작을 계기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비핵화의 길이 마련된다면, 이것이 바로 국민에게는 미래를 위한 길이 아니겠냐"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핵무기 비확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고 자발적인 핵 포기 결단을 내려준 데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독립 당시 직접 핵무기 포기를 결정했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핵무기 포기만이 살 길`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은 비핵화 이후 어떻게 살 수 있는지를 북한에 보여주고 있다"며 "북한이 카자흐스탄처럼 핵을 포기하면 그게 바로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핵을 포기하니 세계 많은 곳에서 우리나라에 투자했다. 대(對)중앙아시아 투자 중 약 80%를 카자흐스탄이 받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신뢰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정 의장은 "비핵화 결정이나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의) 수도 이전 결정은 카자흐스탄의 미래를 보장하는 대통령의 용단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이 같은 결단과 열정으로 `카자흐스탄 2050 전략`(2050년까지 전 세계 30대 경제 대국으로 발전하겠다는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덕담했다.
또 정 의장과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양국 교류 활성화를 위해서도 더욱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한국과 수교가 시작된 이래 모든 대통령을 만나왔다"면서 "한국의 신기술·디지털 산업·의료 분야 등에서 협력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에 정착한 고려인들의 성공사례를 언급하며 "고려인 중에서는 상·하원 의원들만 있는 게 아니라 기업가들도 많다"며 "경제 분야를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한국과의 관계가 발전하길 희망한다. 돌아가시면 문재인 대통령께도 이를 꼭 전달해달라"고 말했다.
정 의장도 "카자흐스탄이 미래 발전을 향해 나아가는 데 한국기업들이 활발히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