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의 판사 사찰과 청와대의 재판 개입 시도 정황이 드러난 문건 일부가 발견되면서 그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꾸려진 법원 특별조사단이 23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특히 기존 조사에서 비밀번호에 걸려 열지 못했던 암호파일 760여개를 개봉해 문건 내용을 확인하기로 함에 따라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23일 오후 4시 첫 회의를 열고 향후 조사와 관련된 주요 사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법원행정처 내에 별도 조사공간을 마련한 특별조사단은 첫 회의 후 본격적인 조사활동을 벌일 방침이다.
우선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했던 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법원행정처 컴퓨터 속 암호 파일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특별조사단이 관련자들에게 비밀번호 제공 등 협조 요청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암호 파일로 된 문건을 작성자의 협조를 얻어 개봉한다는 방침을 확인한 셈이다.
앞서 추가조사위는 법원행정처 일부 컴퓨터에서 일부 법관의 동향을 파악하고 성향을 분석하는 등 법관 사찰 정황이 담긴 문건을 발견했다.
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형사재판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재판에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외압을 넣으려 했고, 법원행정처가 재판 쟁점 등을 놓고 청와대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난 문건도 공개됐다.
하지만 파일명 `인권법연구회대응방안(인사)` 등 비밀번호가 걸린 760여개 파일은 문건 작성자의 협조를 얻지 못해 열어보지도 못한 채 조사를 마쳐야 했다. 이 때문에 법관 사찰이나 재판 개입 의혹은 완전히 규명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별조사단이 당사자들에게 비밀번호를 받아 모든 암호파일을 열어본다면 앞서 추가조사위가 발견했던 문건 못지않은 내용을 담은 다수의 문건이 드러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블랙리스트 의혹을 책임지고 법원을 떠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16기)의 컴퓨터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앞서 추가조사위는 임 전 차장이 사용한 법원행정처 컴퓨터에 대한 조사를 시도했지만, 컴퓨터 확보에 실패하면서 끝내 확인하지 못했다. 이 컴퓨터는 현재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 캐비넷에 잠금장치로 봉인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12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한 추가조사위의 조사결과를 보완하고 후속조치를 논의할 특별조사단을 구성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단장으로 하고, 노태악 서울북부지방법원장과 이성복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 정재헌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 구태회 사법연수원 교수, 김흥준 행정처 윤리감사관(고법 부장판사) 등 총 6명이 특별조사단에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