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4일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북미수교` 카드를 제시하면서 한국이 적극적으로 중재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일 협력과 국회의 역할` 세미나에서 "북핵 문제는 간단하다"며 "북한이 끈질기게 요구했고 미국이 북한에 약속했으나 이행되지 않았던 미북수교, 이것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북핵 관련 회담이 열리는 동안 핵 활동은 중단됐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우리 정부가 나서서 미북 대화를 종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과 북한, 북한과 미국 양국 관계 언급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북미`라는 표현 대신 시종일관 `미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정 전 장관은 "2006년 3차 북핵위기 당시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개시하면서 핵 활동을 중단했는데 우리 쪽에서 사고가 났다. MB(이명박)정부가 선비핵화를 내걸고 대화를 안 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바로 MB정부의 그 원칙 때문에 6자 회담은 2018년 12월 이후 오늘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다"며 거듭 대북 대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중국과 일본의 학자들은 대북대화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국에서도 기대를 많이 했지만, 막상 대북정책을 보니 (기대했던 정책이) 아닌 것 같다"며 최근 압박·제재 기조로 바뀐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진 교수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먼저 북한이 뭘 내놓으면 해주겠다는 정책이었는데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또한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히라이와 순지(平岩後司) 난잔대 교수는 "일본에서는 북핵문제라고 하면 한미일의 틀에서 보려 하지 한중일 간의 문제로는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핵 위기의 원인은 북한 체제의 강인함과 핵 기술력을 과소평가한 데 따른 것"이라며 "압력을 가하면 태도를 바꿀 것이라는 맹신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혁·국민의당 최경환·바른정당 하태경 등 의원 3명은 토론자로 나와 저마다 나름의 북핵 해법을 제시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외교관 출신의 이수혁 의원은 진 교수가 `미국 책임론`을 주장한 데 대해 "제 경험상 중국도 북핵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었다"면서 "외교 분야에서 당사국들의 저의를 의심하게 되면 한없이 음모론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의원은 김대중(DJ) 정부의 햇볕정책을 강조했다.
최 의원은 "이른바 운전석론은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핸들을 한 번 잡아보시오. 나는 조수석에서 도와주겠소`라고 말한 데서 생겨난 말"이라며 "그 뒤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고 대화 무드는 북일 대화로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중국은 지금 대북제재가 아닌 대남제재를 하고 있다"면서 "주된 이유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레이더 때문인데 이는 사드 장비를 우리가 직접 구매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