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네. 매달 조금씩 투자를 해 적립해나가면서 재산을 증식해나가던..한때 대한민국의 대표 투자상품으로 불린 펀드시장이 그야말로 침체의 늪에 빠졌습니다.
운용상의 문제도 있고 정책당국의 대책도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 취재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경제부 신동호 기자 나와있습니다.
신 기자. 현재 우리나라 펀드 상황, 얼만큼 심각한가요?
<기자>
네. 펀드는 적금과 함께 우리 나라 대표적인 재테크 상품이었죠.
지난 2004년부터 2007년 까지 아마 대부분의 월급쟁이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적립식 펀드를 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그 위상은 곤두박질 쳤고, 그야말로 펀드시장에 대위기가 찾아왔다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2008년 240조원을 웃돌던 공모펀드 규모는 줄곧 감소세를 보이며 2011년 절반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그 이후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상반기 공모펀드 설정액도 240조원 규모로 10년째 제자리걸음입니다.
특히 공모펀드에서 개인들의 투자가 가장 활발한 적립식 펀드 판매 규모의 경우 한창 인기를 끌었던 2007년 76조원에 달하던 규모는 올해 상반기 38조원까지 떨어지며 절반에 가깝게 규모가 급감했습니다.
반면 공모펀드 시장이 주춤한 사이 사모펀드 시장은 최근 몇년 새 급성장했습니다.
수익률 또한 더이상 투자자에게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최근 3년 공모펀드의 평균 수익률을 보면 7%대 수준입니다. 사모펀드는 수익률이 15% 수준인 걸 감안하면 이또한 절반 수준입니다.
<앵커>
이렇게 규모도 줄고 수익률도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은 더이상 펀드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상황까지 온 것에는 아무래도 운용의 실패라고 보면 될까요?
<기자>
네 아무래도 공모펀드의 위기의 핵심은 운용의 실패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 전인 2007년 7월에는 코스피지수가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했습니다. 이 시기가 적립식 펀드 열풍이 불던 때로 자금 유입또한 계속됐습니다.
시장에서는 3000포인트도 내다봤었는데요.
그러나 축포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2008년 미국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주식시장은 곤두박질 쳤습니다.
2000선을 돌파한지 1년만에 고꾸라진 것인데요. 그 해 10월에는 코스피지수가 900선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때가 공모펀드 시장에 위기가 찾아온 것입니다.
한창 사람들이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고 열풍이 대중화될 무렵에 엄청난 손실을 안긴 것입니다.
특히 거의 중국에 몰아서 투자하다시피 한 미래에셋의 인사이트 펀드의 경우 그해 마이너스 50%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개인들은 점차 시장을 떠나면서 규모가 줄어든것입니다.
그 이후 대표적으로 꼽히는 운용의 실패 사례는 메리츠코리아 펀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잠재력 있는 중소형주에 장기 투자하는 전략이 당시 시장상황과 맞아 떨어져 열풍이 불었습니다.
2014년과 2015년에 업계 최상위권인 15%, 22%의 수익률을 얻으며 투자자들을 모았는데요.
이러한 성공도 잠시 2015년 하반기 이후 이펀드가 담았던 내수주와 바이오 헬스 케어주가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지난해 이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 22%를 기록하며 또다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이 밖에도 중국 펀드의 위기 등 운용사들의 운용전략 실패가 아마 공모펀드의 위기를 가져온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또 이것을 운용의 실패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펀드라는게 투자상품의 시장상황에 따라 수익률의 변동은 있을 수 밖에 없는건데요.
그래도 운용사 입장에서는 시장 급락 등의 상황에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보지 않게 다양한 펀드에 분산투자하도록 해야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문제점이고요.
무엇보다 장기투자를 유도해 이런 위험시기를 잘 넘기고 상승기에 큰 수익을 내도록 유도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런데 금융당국의 정책이나 금융사들의 판매 행태가 문제가 많았다고 봐야한다.
특정상품에 일정 기간만 비과세를 주다보니 자연스럽게 자금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던 겁니다.
당연히 금융사들은 안정성 보다는 현재 수익률 높은 상품 위주로 팔겠죠.
그러면서 그 가운데 수수료만 챙기고 사후 서비스는 나몰라라하는 행태까지 벌어졌습니다.
결국 손실만 보고 실망한 투자자들이 시장을 외면케 됐습니다.
판매사들은 이렇게 떠나가는 투자자들 마저 환매를 부추기며 판매수수료를 챙겼습니다.
이런 시장의 근본 원인은 놔두고 여전히 땜칠 처방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물론 운용의 문제도 있지만 원칙없는 금융당국의 정책 또한 공모펀드를 위축시켰다는 의미인가요?
<기자>
펀드시장의 위기가 오자 금융당국이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요.
지난해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지 약 1년이 지났지만 자산운용사 공모펀드에서는 오히려 자금이 빠지고 있습니다.
전체 펀드 설정액은 소폭 늘었지만 공모형 주식 채권펀드 설정액은 감소했고요. MMF 등의 단기금융에 쏠린 자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최근 성과보수펀드와 자문받는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는 독립투자자문업 등이 도입됐지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에 리포트에서도 보셨지만 성과보수형펀드의 경우 12개 상품이 있는 평균 설정액이 30억원에도 못미치고요. 수익률도 0%대이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많습니다.
또 IFA와 관련해서는 증권사에서는 IFA 도입을 겨냥해 플랫폼 구축 등에 신경을 썼지만, 오히려 IFA 신청자도 없고 수수료를 받기도 어려워 마케팅 목적으로만 활용할 계획이라고들 이야기합니다.
이외에도 투자자들의 접근을 쉽게 하기 위해 신규 공모펀드 출시할 때 온라인 전용펀드 판매를 의무화하는 등 시장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여러방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미흡한 상황이고요
여기에다가 오프라인 대비 3분의 1수준의 수수료로 펀드를 판매하는 등 투자자들과의 접점을 살리기 위해 만든 공동 온라인 판매채널안 펀드온라인코리아도 만들었지만요.
정작 인지도가 낮고 펀드온라인코리아만의 차별성이 없어 유명무실해진 상황입니다.
때문에 장기투자에 대한 육성책은 없고 단지 보여주기식 대책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는데요.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세제혜택 같은 대책이 필요하며 투자자들이 정말로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앵커>
네 신 기자와 함께 국내 펀드시장 위기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