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수도 테헤란의 주경기장인 아자디스타디움의 웹사이트가 6일(현지시간) 한때 해킹당했다.
`알라카람스카티`라고 자신을 밝힌 해커는 이란어로 "남자들이여, 이제 그만하라"라는 문장과 영어로 "스타디움에 여성 입장을 허용하라"는 글을 웹사이트 첫 페이지에 남겼다.
이와 함께 전날 밤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시리아의 월드컵 예선전에 입장한 시리아 여성들의 사진이 걸렸다.
이란에선 여성이 축구 경기장에 입장할 수 없지만 국제 경기의 경우 상대 국가의 외국 여성은 직접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이들 시리아 여성 관중 일부가 이란에서 반드시 써야 하는 히잡을 벗은 채 응원하는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이란 여성 축구팬들의 원성이 커졌다.
한 여성 축구팬은 트위터에 시리아 여성 관중의 사진과 함께 "왜 이 여성들은 되고 우리는 안된다는 말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일부 이란 여성팬은 경기 전 아자디 스타디움 입구에서 입장을 허용해 달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축구 경기장에 여성의 입장을 허용하는 문제에 대해 이란 정부는 여전히 완고하게 반대하지만 이날 월드컵 예선전에선 변화의 조짐도 감지됐다.
이란 체육·청소년부가 이란 의회 여성 의원에 초청장을 발송했고 이들 가운데 2명이 실제 입장했기 문이다.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여성이 공식적으로 축구장에 입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장에 들어온 여성 의원 타예베 시아보시는 "정부가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방법을 찾겠다"면서 "오늘 입장은 진보의 신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마수드 솔타니파르 체육·청소년부 장관도 "온 가족이 함께 스포츠 경기장에 입장하는 길을 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란에선 여성이 남자 축구, 레슬링, 수영 경기장에 들어올 수 없다. 남자 배구, 농구, 핸드볼 등 일부 경기엔 선수의 가족 등 제한적으로 여성 입장이 허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