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예인이 응급 치료를 받은 사실을 지인들에게 알린 의사들이 소속 병원에서 정직 등 중징계를 받았다.
과거에도 병원 직원들이 환자 개인정보를 외부에 유출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병원이 이처럼 중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22일 A 대학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병원은 지난해 말 연예인 B 씨가 응급실을 방문한 사실을 외부에 무단으로 유출한 전공의 2명에게 내부 규정에 따라 중징계 처분을 했다.
이들은 B 씨가 갑자기 응급실에 오자 B 씨의 음주 여부에 관한 추측과 누구와 같이 온 것 같다는 등의 내용을 지인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전송했다.
당시 B 씨의 소속사는 이에 대해 특별히 문제삼지 않았으나, A 대학병원은 자체 조사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내부 논의와 징계 절차를 거쳐 해당 전공의들에게 각각 정직 1개월, 감봉 3개월 처분을 결정했다.
B 씨의 응급실 방문 사실을 당사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외부에 전파한 것은 환자 개인정보 유출 행위로 징계 사유라는 게 A 대학병원 측 설명이다.
해당 전공의들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징계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A 대학병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학병원의 징계 수위가 해임·강등·정직·감봉·경고 5단계로 정해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는 상당히 무거운 처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료윤리연구회 이명진 초대 회장은 "의사 본인이 생각하기에 단순한 신변잡기식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환자와 관련된 모든 정보는 진료와 연관되기 때문에 함부로 외부에 유출하면 안 된다"고 전했다.
이어 "물론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이 병원에 왔을 때 의료진이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사진촬영을 하거나 이를 개인적으로 소장하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러나 나중에 병원 홍보를 목적으로 악용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퍼뜨리는 사례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행 의료법 제19조에는 `의료인·의료기관 종사자는 전자기록부 등 다른 사람(환자)의 정보를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유화진 법무법인 여명 변호사는 "환자에 대한 정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의료법에 나온 내용을 명백하게 위반한 사람은 병원별 내부규정에 따라 처벌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