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으로 기소된 `비선실세` 최순실(61)씨 측이 미르·K스포츠재단의 개입을 전면 부인하며 측근이었던 광고감독 차은택씨와 고영태씨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자신은 대통령을 도우려 했을 뿐이고 실질적인 일을 도모한 건 두 사람이라는 주장이다.
두 재단에 돈을 낸 기업들이 청와대 지시를 거절하지 못해 돈을 냈다는 검찰 주장에는 "한국 대표 기업의 성숙도를 이해 못한 치졸한 비약 논리"라고 비판했다.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13일 열린 최씨의 3차 공판에서 검찰의 서류 증거들에 대한 변호인 측 의견을 밝히며 이 같은 주장을 폈다.
이 변호사는 우선 "두 재단에 기업들이 돈을 낸 건 각 회사 내부의 의사결정을 거친 것"이라며 "만약 강요에 의한 피해금이나 뇌물이었다면 회계처리를 할 수 없고 비자금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회사들의 출연 동기는 사회 공헌 차원이고, 대통령이 출연기업에 직접 출연하라고 말한 아무런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안종범 전 수석과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사이의 협의 결과라는 취지다.
이 변호사는 특히 "검사는 청와대가 정책을 선도하면 기업들은 거절을 못 해 순응하므로 `강요`라는 용어를 썼는데 이는 군부독재 시절의 동굴에 갇힌 논리"라며 "한국 대표 기업의 성숙도를 이해하지 못한 치졸한 비약 논리"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의 재단 개입 의혹에는 "최씨의 개입이나 역할은 애초부터 없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두 재단을 만드는 데 조언을 해달라고 해 일부 임원이나 직원을 추천한 사실만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그는 "미르 재단 주역들은 차은택의 지인들이고 그가 추천한 사람들이다. 미르 사업계획도 모두 차은택과 그의 지인들이 작성했다"며 "최씨는 차은택이 추천한 인사들을 청와대에 전달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K스포츠재단에 대해서도 "실무진인 노승일, 박헌영 등은 고영태의 한국체대 선후배로 그가 추천해서 재단에 전달했다"며 "최씨는 인사결정권자가 아니었다"고 재차 말했다.
이 변호사는 "차은택이나 고영태는 두 재단에 직책은 없었지만, 측근들을 자리에 앉혀 일을 도모하려 했다"며 특히 고영태에 대해선 "더블루케이의 실질적 오너로, 최씨를 이용하려고 끌어들인 것"이라고 성토했다.
최씨는 재판장이 발언 기회를 주자 지난 공판때와 마찬가지로 "재판을 진행하면서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짤막히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