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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 김하늘 "효주를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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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는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벼랑 끝에 몰린 한 여자가 자존감을 짓밟히면서 파괴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극 중 김하늘이 분한 계약직 교사 효주는 불안정한 일자리, 무능한 남자친구 때문에 늘 날이 서 있고 무기력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사장의 딸인 혜영(유인영)이 나타난다.
혜영은 효주에게 살갑게 대하지만 효주는 그런 혜영의 행동이 어쩐지 마뜩잖다. 열등감이었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생긴 열등감이 효주가 혜영에게 마음이 가지 않았던 이유였다. 효주는 혜영에 대한 자격지심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점점 파멸의 길로 빠져든다.
김하늘에게 효주는 외면하고 싶은 캐릭터였다. 그는 `여교사`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님이 왜 이 시나리오를 나에게 줬을까 궁금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검토하다 발견한 한 장면에서 시나리오를 던져버린 적도 있다. 하지만 그 감정이 배우로서 흥미롭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다. 캐릭터의 변화되는 감정의 선을 연기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김하늘은 `여교사` 출연을 결정했고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 자신도 몰랐던 표정을 발견하는 건 배우로서 행복한 일일 것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그와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넓은 운동장에서 효주가 혜영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효주가 너무 초라해 보이더라.
효주는 자존심은 센 친구인데, 유일한 희망이 정규직이 되는 거예요. 그동안은 이사장 딸인 혜영에게 `왜 잘 보여야 해?`라는 생각을 하고 재하와의 관계를 혼자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칼자루를 쥐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효주가 생각한 것대로 흘러가지 않았죠. 혜영의 덩치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본 거죠. 혜영이 말 한마디에 계약 명단에서 빠졌다는 말을 듣고 그 실체를 정확히 느낀 거예요. 그래서 무너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요. 남자친구도 떠났고 기댈 수 없는 상황에서 작은 희망마저 사라졌으니까요.
혜영이가 악역이라고 생각하나.
혜영이가 효주에게 잘못한 점은 사실 없어요. 객관적으로 보면, 모두에게 친절하고 `선배`라고 따르는 좋은 후배죠. 하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흙수저에게는 혜영이처럼 주변 환경이 풍족한 금수저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처가 되는 거죠.
결말이 다소 충격적이다.
효주가 꼬인 상황에 들어갈 때부터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스스로 무너진 상황에서 그런 일을 저지른 거죠. 그런데 그 장면을 찍을 때 통쾌했어요. 효주는 기댈 곳도, 삶의 기쁨도 없는 친구예요. 그렇게 살던 효주가 재하를 만나고 감정을 느끼는데 재하의 연인인 혜영이 때문에 폭발해버리죠. 효주는 혜영이의 예쁜 얼굴을 뭉개버리고 싶었을 거예요.
김하늘에게 효주는 어떤 의미인가.
효주는 저한테 아픈 손가락이에요. 삶 자체가 불쌍해요.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안타깝고, 제일 연민을 느꼈죠. 그래도 효주를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김태용 감독님은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셨고, 효주라는 인물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해주셨고요.
김태용 감독이 연기를 극찬하더라.
감독님이 처음 쓴 시나리오 속 대사 중 여자의 감정이 아닌 얘기가 좀 있었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 내가 얘기를 다 했어요. 효주가 재하를 대하는 감정에 대해선 내 의견대로 캐릭터가 만들어졌어요. 감독님이 제 의견을 존중해주셔서 더 좋은 연기가 나온 것 같아요.
`공항 가는 길`도 그렇고 `여교사`도 그렇고 김하늘의 장르가 변하고 있는 것 같다.
관심가는 게 달라졌죠. 사실 최근에도 로코가 들어왔는데 관심이 안 가더라고요. 제가 지금까지 로코로 사랑을 진짜 많이 받았어요. 흥행도 잘됐고요. 근데 20년 가까이 하다 보니 캐릭터나 연기적으로 폭을 넓히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물론 로코도 각자 다른 색깔이 있죠. 하지만 아무래도 같은 부분이 많잖아요. 흥행과 조금 멀어져도 연기를 오래 하려면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비록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저의 연기에 관심 있는 분들은 박수를 쳐주실 거란 믿음이 있죠. 차기작도 그렇지 않을까 싶고요.
`여교사`를 보는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효주의 호흡 하나하나가 너무 재미있고 낯설기도 하고 그랬어요. 영화를 한 번 봐도 좋지만 두 번 봤을 때 정말 디테일한 것들을 찾아보게 되면 더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부분을 디테일하게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사진=필라멘트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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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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