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헬씨美라는 건강관련 미디어에서 게재한 동영상 하나가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슬라이스 한 유기농 양파를 발바닥에 붙이고 양말을 신고 자면 다음날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는 내용이었다.
영상이 주장하는 놀라운 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양파에 있는 인산이 발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와 피를 정화
2. 박테리아와 세균을 혈액에서 걸러냄
3. 발바닥을 자극하면 고통이 완화되고 몸과 마음이 편해짐
4. 발 속의 독소와 화학성분을 밖으로 빼내 발냄새를 제거하고 주변 공기도 정화
1분30초짜리 이 동영상 콘텐츠는 조회수 250만 회, 공유 3만3500 회 좋아요 1만6천 개를 기록했다. 또 1만여 개의 댓글도 달렸다.
댓글에는 "근거 없다"는 반발 뿐 아니라 한 번 시도해 보라는 친구의 권유도 많았고, 일부에서는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내용은 실제로 근거가 있는 내용일까?
(▲사진=헬씨미 페이스북 화면 캡쳐)
백세가정의학과의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선민 교수는 "기대하는 효과는 거의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영상에서 말하는 첫번째 주장에 대해 이 교수는 "양파의 성분이 발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한 때 홈쇼핑에서 열풍이 불었던 수액시트(발바닥에 붙이면 좋은 성분이 발로 흡수돼 다리의 피로를 풀어준다는 파스와 비슷한 제품)도 발을 통해서 성분들이 흡수 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 났다"며 "피부를 통해서 체액이 교환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양파를 곱게 갈 경우 일부 흡수가 가능할 수 있어도 피를 정화하는 기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두 번째로 주장하는 박테리아와 세균을 혈액애서 걸러낸다는 주장은 단지 발에 양파를 붙인다고 해서 가능한 효과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오히려 부작용의 우려도 제기 됐다.
오상호 연대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양파 추출물이 일부 흉터 치료제로 활용되기는 하지만 양파 원액이 피부에 오랜시간 닿아있으면 독소로 인해 피부조직이 상처를 받아 오히려 2차 감염의 우려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사진=미디어 파르티잔 로고 / 출처 : 미디어파르티잔 공식홈페이지)
이 영상을 만든 `헬씨미`라는 매체는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미디어 파르티잔(MEDIA PARTISANS)`이라는 회사가 운영하는 페이지다.
미디어 파르티잔은 지난 2014년 설립된 소셜 미디어 기반 뉴스 제공업체로 현재 영미권을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브라질 등 10개국 언어로 번역된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페이스북 팬 수는 글로벌 3400만 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체 웹 사이트로는 월 7400만 명이 방문한다.
한국에는 지난 2015년 10월 웹 사이트(Hefty.kr)를 오픈하며 진출했고 같은 해 11월 한국인 에디터를 채용해 본격 뉴스를 공급했다. 우리에게는 <격>, <더팁>, <먹고> 등의 브랜드로 더 익숙한 회사다.
헬씨미는 이 영상을 만들 때 헬씨와일드앤프리(Healthywildandfree)라는 사이트의 글을 참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이트의 <잠자는 사이 양말에 양파를 넣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는 글에 따르면 발바닥에 모든 장기와 연결된 혈이 있어 이를 자극하면 내장기관을 정화할 수 있다고 중국의학을 인용해 주장한다.
(▲사진=헬씨와일드앤프리(Healthywildandfree) 닷컴의 기사 일부)
그 방법 중 하나가 양파나 마늘을 잘라 발 아래쪽에 넣어 주는 방법이라며 양파가 공청기 기능을 하고 피부에 바르면 박테리아와 세균을 죽이며 독감을 예방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글을 쓴 데이비드 밴자민이라는 사람은 의사가 아닌 헬씨와일드앤프리닷컴의 설립자이면서 작가다. 건강한 먹거리와 친환경 생활에 대한 책을 발간하기도 했으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별도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밴자민은 자신의 글에서 조차 과학적인 근거보다는 "옛 부터 알려져 왔다"는 입장을 취하고 일부 문구에서는 "나도 확신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고 있다.
헬씨와일드앤프리닷컴에 게재된 밴자민의 글에도 주장을 반박하는 댓글이 발견되기도 한다.
댓글에는 양파를 자르면 나오는 가스는 인산이 아니라 약한 황산이라며 과학적 근거를 수정하기도 하고, 또 다른 댓글은 이 성분이 혈류에 들어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화를 내기도 한다. 이런 글에 밴자민은 “한번 시도해 보라”고 권유할 뿐이다.
(▲사진=헬씨와일드앤프리(Healthywildandfree)닷컴의 글 작성자 데이비드 밴자민과 독자의 댓글 일부 발췌)
과학적인 근거보다는 경험에 의한 민간요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선민 교수는 영상 가운데 발 냄새를 제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일부 일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발 냄새를 유발하는 곰팡이 균은 발의 표면에 존재하기 때문에 양파를 갈아서 발에 도포하면 양파의 알리신이라는 휘발 성분이 표면의 세균을 죽여 냄새 제거 효과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중에 좋은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꼭 이 방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남겼다.
전문가의 의견 뿐 아니라 직접 이 실험을 해본 사람들의 반응도 주목할만 하다.
"양파 때문에 신경쓰여서 잠이 안 오던데...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니 양파냄새 완전 쩔어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