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서 기자] 뮤지컬 데뷔 10주년. 옥주현의 지난 10년은 `뮤지컬 배우` 옥주현으로서 쉼없이 달려온 시간이었다. 이틀간 열린 두 번은 공연은 장장 7시간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진행됐고, 50곡이 넘는 라이브로 틈 없이 꾸며졌다. 욕심 많은 배우 옥주현의 공연은 그래서 1분 1초도 버릴 수 없다.
23일 오후 7시 서울 한남동 삼성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옥주현의 콘서트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VOKAL`이라는 콘서트 타이틀은 `옥주현(OK JOO HYUN)`과 `VOCAL`의 합성어.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스스로 혹독하게 다그치며 달려온 옥주현의 10년은 `VOKAL`이라는 공연을 통해 아름답게 재조명 될 수 있었다.
화려한 등장부터 쏟아져 내리는 폭발적인 가창력까지, 오프닝 공연부터 눈을 뗄 수 없는 무대는 옥주현이 이 공연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를 느끼게 했다. 뮤지컬 데뷔작인 `아이다`의 `Dance of the robe`로 시작된 공연은 `마리 앙투아네트`, `브로드웨이 42번가`, `시카고`, `레베카` 등 다양한 뮤지컬 넘버로 이어지며 열기를 끌어 올렸다.
이번 공연을 위해 옥주현은 변신, 또 변신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더는 참지 않아`, `엘리자벳`의 `마지막 춤`, `맨 오브 라만차`의 `맨 오브 라만차`까지. 그동안 관객들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봐 온 것을 증명하듯, 출연했던 작품들의 다른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옥주현은 잠깐의 시간도 놓치지 않았다. `마술쇼`라는 깜찍한 명목 하에 그는 무대에서 의상을 갈아 입으며 관객들과 끊임없이 호흡했다. 종종 자신의 귀여움을 어필하던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맨 오브 라만차`의 의상을 입은 옥주현은 즉석해서 관객을 무대로 불러 함께 꽁트를 진행, 격한 팬서비스를 선사하기도 했다. 여기에 오랜 시간 옥주현의 곁을 지켜온 팬클럽의 일당백 환호는 배우와 팬의 끈끈함 만큼이나 공연을 더욱 즐겁고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어제(22일)보다 더 잘하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던 옥주현은 이를 증명하듯, 대중이 원하는 `관객 맞춤형 셋리스트`로 장장 4시간의 공연을 꽉 채웠다. 앙상블과의 화려한 퍼포먼스는 물론, 뮤지컬 배우 조정은과의 듀엣곡 `위키드`의 `For good`, 김호영과의 코믹 꽁트는 공연을 한층 다채롭게 채워줬다. 여기에 약 6개월 만에 공식 무대에 등장한 가수 겸 뮤지컬 배우 박효신과의 듀엣 `오페라의 유령`의 `All I ask of you`까지 화룡점정을 찍으며 `다 되는` 옥주현의 진가를 증명했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오랜 만에 핑클의 노래도 들을 수 있었다. `브로드 웨이 42번가`와 꽁트를 접목해 재치있는 멘트로 `핑클 옥주현`이었던 시절을 언급한 그는, 핑클의 히트곡 `Now`부터 `블루레인`까지 히트곡 메들리를 열창하며 재미를 선사했다. 관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 떼창은 물론, 포인트 안무까지 따라추는 광경을 연출했다. 또 `나는 가수다`를 통해 선보인 `사랑이 떠나가네`, `천일동안`으로 이어진 무대는 20대 뿐만 아니라 40-50대 관객들까지 기립박수를 치게 하며, 옥주현의 대중성을 증명하기도 했다.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옥주현의 이미지는 강인하다. 강철 체력, 강한 정신력까지. 그러나 옥주현의 강인함은 오직 `공연 한정`이다. 이날 무대에 등장한 뮤지컬 배우 조정은과 박효신은 옥주현을 "강하지만 여린 여자"라고 표현하며 `인간 옥주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앨범 수록곡 `아빠베개`를 부르며 눈물을 보이던 옥주현. 그리운 아버지를 생각하게 되는 곡이라며 눈물 짓다가도, 어느새 자잘한 농담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줄 아는 옥주현은 그래서 프로였다.
보여줄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많은 옥주현의 콘서트는 4시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 오랜 시간의 공연이었지만 꼬리뼈의 아픔도 뒤로 할 만큼 가슴을 꽉 채우는 감동을 선사했다. 이를 증명하듯 콘서트가 끝난 뒤, DVD 제작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고.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열기를 입증하듯 옥주현의 소속사 포트럭은 `VOKAL`을 정기 공연으로 확장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배우의 욕심은 관객을 즐겁게 한다는 것을 증명한 옥주현의 콘서트, 15주년, 20주년까지 오랫동안 `뮤지컬 배우` 옥주현으로 활약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포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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